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그러나 비가 내리기 전에 개미들은 먼저처럼 움직이면서 같은 짓을 반복한다. 사실 여부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노인의 마음속에는 이 개미들도 땅속으로 들어가 안전하게 지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개미는 오랜 중국사를 말없이 지켜온 무명의 백성들이다. 두보(杜甫)가 ‘춘망(春望)’에서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이라고 한 것처럼 나라는 말해도 산하는 그대로, 성에 봄이 오면 초목이 짙어진다. 개미와 노인은 왕조의 흥망과 무관한 산하와 초목이다. 그저 묵묵히 주어진 삶을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밤의 모양을 가리키는 말로는 ‘녹두밤, 덕석밤, 빈대밤, 왕밤, 쭈그렁밤’ 같은 것이 있다. ‘녹두밤’은 알이 잘고 동글동글한 밤이고, ‘덕석밤’은 넓적하고 크게 생긴 밤을 이른다. ‘빈대밤’은 물론 알이 잘고 납작하게 생긴 밤이다. 참으로 명명도 재미있게 했다.밤을 한문으로 율(栗)이라 하며, 밤의 껍질을 율각(栗殼) 또는 율방(栗房)이라 한다. 그리고 깐밤을 율황(栗黃)이라 한다.“명랑한 이 가을 고요한 석양에 저 밤나무 숲으로 나아가지 않으렵니까?/ 숲속엔 낙엽의 구으는 여운(餘韻)이 맑고 투욱 툭 여
천지일보가 독자참여코너로 가로세로 낱말 퀴즈를 연재합니다. 낱말 퀴즈는 가로세로 낱말퍼즐 저자로 잘 알려진 김수웅 선생이 직접 출제한 퀴즈가 격주로 게재됩니다. 퀴즈에 응모하는 독자 중 5분을 추첨해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증정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야구에서, 오른쪽 타자가 1루 쪽으로 살짝 밀어 대는 번트 3. 9월 21일은 癡呆克服의 날/ 알츠하이머병 Alzheimer病 6. 권세나 정권을 잡음. □□여당. □□세력. 장기□□을 하다 8.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함 10. 정치를
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1.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모래밭에서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그리스 조각품 같은 근육질의 몸통을 드러내며 2대2 비치발리볼이 펼쳐진다. 터질듯한 20대 청춘의 외모와 몸을 자랑하는 탐 크루즈는 상대가 비치발리볼을 손으로 돌리며 날리자 땀으로 절여진 몸으로 막아낸다. 득점을 올리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몸을 부딪치며 강렬한 스킨십을 한다.#2. 붉게 물든 석양을 뒤로 하고 파도가 철썩되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구릿빛의 ‘핫 가이’들이 서로 몸을 뒤엉켜 미식축구 경기를 벌인다. 미식축구볼을 돌리며
굴원(屈原)을 읽으며유재영(1948 ~ )일용할 이슬 몇 병,악기 대용 귀뚜라미 울음 몇 섬,언제고 타고 떠날 추녀 끝 초승달,책 대신 읽어도 좋을저녁 어스름아,그 집에도밥 먹는 사람이 있어하늘 한 귀퉁이 빌려구름 농사짓는다. [시평]한 생애를 잘 산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것인가. 재력을 갖추고 권력을 쥐고, 떵떵거리고 사는 것만 잘 사는 삶인가. 나이가 어지간히 들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맞이하게 되면, 가끔은 이와 같은 생각과 부딪치곤 한다. 진정 내가 이 생애를 잘 살았는지, 참으로 정답을 찾기가 어려울 때가
흔히들 진리를 말한다. 과연 ‘진리’가 뭔지 알고 말하기나 하는 걸까. 이를테면 밭에 콩씨를 심었으면 콩이 열리니 이것이 진리며,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넘어가니 이것이 곧 진리며 만고의 이치다. 이처럼 진리는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고, 나아가 원인 없는 결과는 존재할 수 없다.세상적 차원뿐만 아니라 종교적 차원에서도 들여다보자.종교마다 경서가 있고, 자기 종교가 주장하는 경서(약속)가 없다면 애초부터 그 종교는 종교가 아니었다.어쨌든 경서에 기록된 말씀(약속)을 일컬어 ‘진리’라 한다. 기독교에서도 불교(眞理=金剛)에서도 공히
청춘(靑春)청호 표천길비록 하늘에서 별들이 사라지고태양이 스스로 타 없어지며,지구가 자신의 무게를 못 이겨파묻힌다 해도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한다는 것은내가 살아있고 존재한다는 것이다삶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젖은 모래언덕 넘어 석양이 비치듯청춘은 마지막 희망 하나로도 견고해야 하고 때론,안개 속 바다위의 외로운 갈매기 울음처럼가녀린 슬픔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휴식도 없이 걸어야하는 길삭막한 도시 빈터에 날리는 신문지처럼그대 방황의 길은 누가 되찾아 주랴삶은 축복받은 영광쉼표 없는 행복이어야 하거늘청춘! 그대 앞서나가마침표를 찍지 말아
황혼녘에정헌영석양빛이 아름답다곱게 물든 너의 얼굴예쁘기만 하다인생은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그저황혼빛에 젖어가는 것이다.책장 속에차곡차곡 쌓아둔 단풍잎처럼 [시평]계절의 변화라니, 참으로 대단하다. 요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제 그 물기가 다하여 시들어져버려 떨어지면서도, 어찌 그리 아름다운 빛을 띨 수 있을까. 참으로 신비할 뿐이다. 요즘 거리에 나서면 곱게 물든 단풍으로 가로수며 멀리 보이는 산들, 너무나도 아름답다.‘초록이 지쳐서 단풍이 들었다’고 서정주 시인은 노래했던가. 한 여름 푸르고 푸르러, 그 푸름이 지쳐서, 그
선셋 라이더윤성학해가 진다원효대교 남단 끝자락퀵서비스 라이더배달 물건이 잔뜩 실린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우두커니 서 있다가휴대폰 카메라로 서쪽 하늘을 찍는다강 건너 누가 배달시켰나 저 풍경을짐 위에 덧얹고 다시 출발라이더는 알지 못하네짐 끈을 단단히 묶지 않았나강으로 하늘로 차들 사이로석양이 전단지처럼 날린다는 것을 [시평]지금은 한강에 다리가 아주 많다. 1900년에 준공된 한강철교를 시작으로 무려 31개나 된다고 한다. 한강철교 그 다음으로 만들어진 한강대교는 1929년에 준공이 됐다. 이 한강대교를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한강인도
부부이사라(1953 ~ )서로여기까지 왔는데바깥은 사계절 지나는 동안 다 닳아버렸는데가슴은 다 굳어 버렸는데저녁 하늘 바라보다문득 출렁이는 물결이 있어눈을 감네.뜨거운 눈물이석양처럼 터지는그런 날이 오네. [시평]‘부부’란 무엇인가. 비록 남남이 만났지만, 서로가 사랑을 해, 한 가족이 되고자, 가정을 이루고자 결혼을 하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오래 오래 살아온 사람들. 그러나 10년, 20년, 아니 30년, 40년쯤 함께 살아보면, 별의 별 일들이 다 있게 마련이다.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일과 사연을 겪으며 함께 살아온 사람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어떤 전쟁도 인류에게 엄청난 재난과 정서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고대 그리스인도 마찬가지였다. 헥토르의 장례를 치를 때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피눈물을 흘리며 애도사를 읽었고,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에게 죽은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크로세우스는 딸을 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후 아폴론에게 기도를 했으며,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달라고 애걸했다. 모두 전쟁이 그리스인의 영혼에 상처를 주었지만, 신기하게도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 호머의 서사시에서는 주선율을 형성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워싱턴의 석양빛은 트럼프 어깨 위에 내려앉는 것 같다. 미국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으로 바이든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한반도 북쪽에 있다. 바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비핵화라는 외교적 밧줄을 붙잡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세 번이나 만나며 국제사회에 진입하는 듯했지만 트럼프 시대의 종막과 함께 김정은 시대도 저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물론 북한은 그렇게 간단한 체제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 지경학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임진왜란과 호남사람들' 저자# 고경명, 마상격문을 쓰다.6월 22일에 고경명 의병은 전주에서 북으로 전진했다. 6월 24일에 고경명은 말을 타고 가면서 격문을 썼다. 소위 마상격문(馬上檄文)이다.“옷소매를 떨치고 단상에 올라 눈물을 뿌리고 군중과 맹세하니, 곰을 잡고 범을 넘어뜨릴 장사는 천둥 울리듯 바람 치듯 달려오고, 수레를 뛰어오르고 관문을 넘어가는 무리는 구름 모이듯 비 쏟듯 한다”는 내용의 격문은 선비들의 심금을 울렸다.6월 27일에 의병은 충청도 은진까지 진군했다. 이때 황간·영동의 왜적들이 금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일출은 태산 최고의 절경이다. 새벽이 서서히 밀려나면, 맑은 공기가 싱싱하게 깔리고, 깊은 계곡에 드리운 어둠이 걷힌다. 동방에서 곧장 뻗어오는 새벽에는 희뿌연 대지가 담황색으로 변하고, 곧장 짙은 귤빛으로 변해간다. 하늘에 구름이라도 떠 있으면, 짙은 홍색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하늘 가득히 노을이 물들면, 지평선에 피어나는 아득한 구름과 일체를 이루는 웅장한 스크린이 펼쳐진다. 태양이 솟아오르면, 천지를 밝히는 거대한 등불이 비친다. 순식간에 황금빛이 태산의 군봉을 물들인다. 육지에서 떠오르는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오후 늦게 격식을 차린 저녁이 차려졌다. 행정 장교가 건배를 제안했다. 아오키는 한 번에 일본 청주 사케를 입안에 털어넣었다가 동료들이 잔을 홀짝이는 것을 알아챘다. 뉴스 영화 카메라맨이 젊은 조종사들에게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욱일기(떠오르는 태양 깃발)가 그려진 가죽 헬멧을 썼다. 몇 명은 헬멧에 ‘하치마키(머리띠)’를 두르기도 했다. 모두 팔짱을 끼고 힘차게 ‘도키노 사쿠라(동기의 벚꽃)’를 불렀다. 해가 지기 직전 ‘인간폭탄’이라 불리어지는 가미카제(특공대) 비행기에 올라탄
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총총 발걸음의 바쁜 세밑이다. 저녁에 열리는 신문사 오피니언 송년모임에 가는 길에 서울역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역 광장에서 홀로 ‘뎅그랑 뎅그랑’ 울려나는 종소리, 구세군 자선냄비를 그냥 스쳐지나가는 행렬들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이다. 처음 닥쳐온 강추위 영향일까. 아님 아직도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몸이 움츠려든 탓일까. 한 해가 저물어가는 무렵, 서울역 바깥 풍경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차가워 보이기까지 한다.서부역으로 빠져나오는 계단에서 서편 하늘을 보니 오후 늦으막 겨울
청춘(靑春)청호 표천길 비록 하늘에서 별들이 사라지고태양이 스스로 타 없어지며,지구가 자신의 무게를 못 이겨파묻힌다 해도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한다는 것은내가 살아있고 존재한다는 것이다삶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젖은 모래언덕 넘어 석양이 비치듯청춘은 마지막 희망 하나로도 견고해야 하고 때론,안개 속 바다 위의 외로운 갈매기 울음처럼가녀린 슬픔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휴식도 없이 걸어야 하는 길삭막한 도시 빈터에 날리는 신문지처럼그대 방황의 길은 누가 되찾아 주랴삶은 축복받은 영광쉼표 없는 행복이어야 하거늘청춘! 그대 앞서나가마침표를 찍지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산동성의 성도 제남은 수많은 샘과 대명호라는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하다. 그 가운데 수옥천(漱玉泉)은 송대의 유명한 여류시인 이청조(李淸照)와 인연이 깊다. 그녀는 수옥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샘물을 거울로 삼아 화장을 했다. ‘수옥천’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세설신어(世說新語) 배조(排調)’에 나오는 ‘수옥침류(漱玉枕流)-샘물이 솟아나는 소리가 마치 옥돌을 씻는 것과 같다’라는 글귀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다. 맛깔스러운 운치가 돋보인다. 다른 하나는 치아가 옥과 같은 여인이 이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통일신라가 이룩되던 시기에 불교를 넘어서 민족의 통합을 주도한 위대한 사표였던 원효(元曉)와 의상(義湘)은 화엄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했다. 두 고승은 라이벌이자 환상의 콤비였다. 당의 불교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나다가 원효는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부처의 법은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섰고, 의상은 화려하고 장엄한 세상을 여는 대당제국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름을 떠나 각자의 근기에 따른 장대한 행보였다. 중국은 서진이 멸망한 이후 오랜 분산의 시기를 지나 수당시
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朴 선생! 아주 오래 전 불렀던 노래가 기억나네요. 1978년 세샘트리오의 데뷔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멤버였던 가수 권성희가 솔로로 전향한 후에도 자주 불렀고, 밝은 음색과 분위기가 담뿍 묻어나서인지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요. 그때에 인기가요였던 ‘나성에 가면’을 따라 부르면서 막연히 로스앤젤레스(LA)를 동경하게 됐고,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나 된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틋한 사연을 알고 싶어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지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