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라이더

윤성학

해가 진다
원효대교 남단 끝자락
퀵서비스 라이더
배달 물건이 잔뜩 실린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휴대폰 카메라로 서쪽 하늘을 찍는다
강 건너 누가 배달시켰나 저 풍경을
짐 위에 덧얹고 다시 출발
라이더는 알지 못하네
짐 끈을 단단히 묶지 않았나
강으로 하늘로 차들 사이로
석양이 전단지처럼 날린다는 것을

 

[시평]

지금은 한강에 다리가 아주 많다. 1900년에 준공된 한강철교를 시작으로 무려 31개나 된다고 한다. 한강철교 그 다음으로 만들어진 한강대교는 1929년에 준공이 됐다. 이 한강대교를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한강인도교라고 했다. 옆에 있는 철교는 기차가 다니는 다리지만, 이 다리는 사람이 다니는 다리라고 해서 인도교라고 했다. 그 이후 1965년에 지금의 양화대교가 새로 생겼다. 양화대교가 처음 생길 때의 이름은 제2한강교였다. 한강을 건너는 두 번째로 생긴 한강다리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시절에는 오늘과 같이 차가 많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그 제2한강교를 걸어 건너면서 멀리 강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먼 강 멀리 어딘가로 스러지는 노을도 바라보곤 했다. 모두 지난 시절에나 있을 수 있었던 추억이고 낭만이다. 요즘은 그 긴 한강다리를 아무 일도 없이 걸어서 건넌다고 하면, 그 자동차 매연 사이를 왜 걷느냐고 미친 사람 취급을 할 게 분명하다.

원효대교를 건너던 퀵서비스가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내려, 우두커니 노을이 스러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오토바이를 타고 그저 쌩하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장엄한 노을의 모습이었던 모양이다. 퀵서비스를 위해 바쁘게 달려가야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스러지는 노을을 바라보고는 사진을 찍어두는 마음인 것이다.

오토바이는 풍경을 자신의 짐 위에 덧얹고는 다시 출발을 한다. 강으로, 하늘로, 차들 사이로 석양이 전단지처럼 날린다. 아, 아 이 퀵서비스야말로 진정한 라이더가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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