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조아지신은 큰 공을 세웠지만 그저 심부름이나 하는 신하로 만족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권력을 노리는 자가 조아지신에 만족할 리는 없다. 남송 광종(光宗) 시기의 조여우(趙汝愚)는 외척 한탁주(韓侂冑)와 결탁해 고종황후 오(吳)씨에게 광종이 태상황을 핍박한다고 밀고해 조확(趙擴)을 영종으로 옹립했다. 송의 먼 종실이었던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불철주야 학문에 매진해 마침내 진사가 됐다. 관운도 좋아서 승진을 거듭해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여유정(呂留正)과 함께 정권을 잡았지만, 곧바로 궁정의 정변에 휘말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 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나 왕벚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동이 부러지거나/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몸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쥐똥나무는 몇 알/ 쥐똥만 떨어뜨리고 고요했다/ 심지어 길가의 풀잎도/ 지붕 위의 호박넝쿨도 쓰러지지 않고/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VOL.170
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의 승리로 종전된 베트남전쟁에 당시 한국은 연인원 32만명을 파병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인 미국의 참전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외교적인 상황 가운데 어렵게 참전을 결정했다. 베트남전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해외파병이라는 한국군의 새로운 전사(戰史)를 썼지만 남베트남의 패망으로 희생의 보람을 상실한 전쟁으로 기억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군이 남베트남을 위해 흘린 피와 땀은 당시 국가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별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지난해 도입된 상설특검제가 여전히 정치권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초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졌을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설특검제 대신 검찰 수사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혹여 상설특검제가 실시돼서 정권의 핵심부를 파고들면 이 얼마나 난감하겠는가. 그럴 바에는 지금의 검찰수사에 맡기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무난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야당이 은근히 검찰수사에 지지를 보내는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뒤늦게 상설특검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그나마
최상현 주필 미국 대통령 선거와 그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Campaign)은 지상 최대의 정치 쇼(Show)다. 선거라는 그 정치 쇼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선거보다도 선거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 이 때문에 미국의 민주주의를 ‘달러 민주주의(Dollar Democracy)’라고 비꼬아 부르기도 한다. 남편인 빌 클린턴이 이미 대통령을 지낸 여걸(女傑),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대권 레이스(Race)를 본격화했다. 만약 힐러리가
VOL. 190 김진호 화백
VOL. 189 김진호 화백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
“악한 사람들과 속이는 자들은 더욱 악하여져서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하나니”라는 성서의 구절이 있다. 여기서 악하고 속이는 사람은 악한 영(靈)이 함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며, 그들은 종교 말세가 되어 더욱 악해져 속이고 자신도 속는다는 것이다. 즉, 악한 세상 거짓된 세상을 주도하며, 삶의 본질도 종교의 근본도 모른 채, 많은 사람들을 곁길로 인도하고 있으며, 또 이를 좋게 여기며 따르고 있으니,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하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니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진다”는 말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빨간색 바지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녹색의 골프장에서 불타는 듯한 빨간색은 단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기적같은 두 번의 샷을 성공시킨 루키 김세영은 긴 빨간 바지를 입고, 두 주먹을 쥔 채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며, 환호의 기쁨을 만끽했다. 19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클럽에서 벌어진 미 LPGA 4라운드에서 기적같은 두 차례의 샷을 성공하며 연장 접전 끝에 박인비를 누르고 우승했다. 18번홀에서 6m 칩샷을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간 뒤 다시 18번홀에서 열린 연
‘성완종 리스트’로 국민 여론에서 이미 식물 총리로 낙인찍힌 이완구 국무총리가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2013년 4월 4일 성 전회장이 충남 부여의 이완구 후보 선거사무소에 들러 3000만원을 전했다는 몇 가지 정황들이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는 마당에 여당과 청와대에서도 봇물처럼 터지는 의혹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을 테고, 또 야당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는 의지가 굳센 터라 더 이상 시기를 미룬다면 자칫하면 국정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이 총리를 압박한
4월 22일은 ‘새마을의 날’이다. 새마을의 근원이 된 ‘새마을운동’을 어학사전에서 찾아보면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정신을 바탕으로 생활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한 범국민적인 지역사회 개발 운동’으로 풀이돼있다. 이렇듯 새마을운동은 그 주창된 4월 22일 이후 오랜 기간을 두고 우리 사회에서 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 그리고 정신계발로 이어진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다.새마을의 날의 유래를 찾아보면, 1970년 4월에 들어 가뭄이 심하게 들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그달 22일, 한해(旱害)대
한병권 논설위원 “혐의가 있으면 수사한다.”1995년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 브리핑을 맡은 안강민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한 말이다. 검찰은 그 전에도 그랬고, 그 후에도 그랬다. 취재진이 아무리 꼬치꼬치 캐물어도 이 말 한마디를 대전제로 내걸어놓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었다. 기자들은 심히 헷갈린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거의 ‘명언’에 해당한다. 검사 심재륜도 그랬고, 검사 김진태도 그랬다. 검사들은 늘상 이렇게 말할 뿐이다. ‘법대로 (의법조치)한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듣기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말로
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났다. 지난해 5월 19일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이후 1년간 정부는 ‘국가개조 프로젝트’ 차원에서 많은 국가재난관리대책을 내놓았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하였고 세월호 특별법도 제정했으며 ‘국민안전의 날’도 지정했다. 정보통신(ICT) 기반의 국가재난안전대책도 쏟아졌다. 재난 대응기관별로 서로 다른 통신망을 하나로 통일해 일사불란한 통신지휘체계를 갖추기 위해 국가재난통신망사업도 본격 추진하기로 하고 기술방식과 주파수도 결정했
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웰빙 바람이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중심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체조, 요가, 명상, 가전제품, 건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파생, 확장되고 있다. 웰빙은 삶의 질을 높여 심신의 건강을 추구하는 데 있다. 삶의 질이란 물질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주변적, 파생적 측면까지 포함한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한 삶을 모색하는 웰빙이 사회·국가적 문화코드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를 극대화하려 한다. 그래서
노을 이은무(1940~)그리움이 농익으면저런 빛깔이겠지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핑 돈다내 생의 마지막 외로움도울컥 노을로 토하고 싶다.[시평]노을은 하루를 마감하는 슬픈 눈빛을 띠고 있다. 그리하여 노을의 그 붉은 빛깔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디 슬픈 빛깔이다. 하루를 마감하며, 그 하루 동안의 일들이 모두 담겨 있는 듯한 노을의 빛깔.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핑 돈다. 아니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자신이 보낸 그 하루가 너무나 감사하고 때로는 감격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도는, 그런 눈물이리라.하루가 이렇듯 마감이 되듯이, 한 생애도 언젠가
정라곤 논설위원 시인 중국 역사 드라마가 재미있어 필자가 즐겨 TV를 보는데 대개는 청나라 때 이야기다. 건륭제 시대의 내용이 대부분인 바 청나라 제6대 황제 건륭제는 재위기간이 60년이고, 태상황제로 실권을 장악했던 4년까지 합치면 역대 황제 가운데 최장 기간 재위했던 인물이다. 그 당시 청나라 영토가 460만㎢였으니 중국 역사상 원나라 이후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제국이었다. 그러하니 건륭제와 관련해 가장 많은 전설과 야사가 전해지고 있어 드라마가 많을 수밖에 없다.최근 국내 케이블TV에서 방영된 건륭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VOL. 188 김진호 화백
‘성완종 리스트’가 후폭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만든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의 핵심 실세에 대한 검은돈 수수 의혹이 불거져 정국 전망은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리스트에 오른 개인은 하나같이 혐의 사실에 대해 극구부인하고 있지만, 앞으로 자신의 명예 지키기와 정치 지형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진 정권 실세들은 자신의 결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일부 정치자금 전달자나 전달된 루트가 세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