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가 후폭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만든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의 핵심 실세에 대한 검은돈 수수 의혹이 불거져 정국 전망은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리스트에 오른 개인은 하나같이 혐의 사실에 대해 극구부인하고 있지만, 앞으로 자신의 명예 지키기와 정치 지형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진 정권 실세들은 자신의 결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일부 정치자금 전달자나 전달된 루트가 세밀히 공개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착수된 상태다. 이 같은 ‘성완종 게이트’는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비서실장 등 현직과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이 포함된 만큼 현 정부는 도덕성에 직격탄을 맞았고, 동시에 국정 동반자로서 새누리당마저 국정수행 동력(動力)이 누수되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 발생 초기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서 “내 잘못이요” 했다면 국민여론이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권 실세들에게 건네진 검은돈이 자칫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자금과 개인 정치자금으로 연결고리가 이어질 개연성이 있음에도 당사자는 “그런 사실이 없고, 성 회장을 잘 모른다”는 등 꼬리 자르기식 변명을 했고, 새누리당에서는 소속 의원들이 문제되었음에도 반성 없이 야당을 끌어들이는 물귀신작전을 쓰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말한 “여야가 2012년 대선 자금 수사를 받아야 한다”거나, 노무현 정부 시절 성 전 회장 특별사면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해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성완종 리스트’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일로 새누리당 문제인 것이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 출국 직전 단독 회담했다는 데서 국정운영의 핵이 여당으로 옮겨졌다고 자위(自慰)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 국무총리와 소속 의원들이 연관된 판에 당장 여당이 국정 주도권을 쥘 판세가 아니라고 보인다. 더 이상 화약고에 기름을 부어서는 안 된다. 과거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 읍참마속(泣斬馬謖)해야만이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통렬하게 자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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