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辛丑)년 하얀 소(牛)의 해도 한 달 하고 또 한 달을 남기고 있다. 어떤 이는 한 해가 더디 간다 하고 어떤 이는 빨리 간다 한다.더디 간다고 하는 이는 그 수고가 덧없이 지나갔을 것이고, 빠르다고 하는 이는 요긴하게 지나갔을 것이다.해가 그냥 떠서 그냥 지는 게 아니니, 생명을 주고 자라게 하고 결실하게 하니 만고불변의 이치다.그 이치에 부합된 이가 있고, 그 이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도 있을 법하다.저 들녘엔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마치 황금물결같이 일렁이며 추수군의 빠른 추수를 기다린다. 어디는 이미 추수돼 갔고, 어디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 물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원하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물질적인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일 것이다.진정 풍요로운 삶은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다. 누군가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삶, 스스로가 생각할 때 의미가 있는 삶을 살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누가 알아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이 정말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결정의 순간에 최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지난 70년대 후반 청주 서문시장 안에 해장국집을 하는 구두쇠 할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별명이 욕쟁이였다. 해장국집에 드나드는 고객에 대해 존댓말을 쓰는 법이 없고 해장국을 남기기라도 하면 입에서 욕과 함께 불호령이 떨어진다. “다 XXX, 복 나가게 남기면 디어?!.”어느 날은 충북 도지사가 새벽에 장관을 안내해 해장국집을 찾았다. 장관이 해장국을 먹다가 반쯤 남기자 거침없이 욕이 나온다. 장관이 놀란 표정을 짓자 지사가 ‘장관님이십니다’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할머니의 응수가 걸작이다. “장관이
옛말에 “어른들이 하는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요즘 시절이 하수선하다 보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하나밖에 없는 자기 목숨을 끊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라는 언지부터 던지고 싶다.‘천하를 얻고도 자기 생명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했듯이, 이 세상에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을 것이다.유난히 우리 민족은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을 근본으로 삼아 왔다. 하늘을 경외(敬畏)하고 인간을 사랑하라는
정라곤 논설실장/시인아침저녁 산책길에 나서면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떠다니던 구름이 갑자기 비를 뿌려대 낭패를 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위가 다 가시지 않아서 때로는 비를 맞기도 하지만 희멀건 하늘에서 연신 잔 비를 뿌려대니 얼마나 올 건지 강수량을 예측할 수가 없다. 그러한 사이 주변에서 시원하게 울던 매미 울음소리가 차차 엷어져 가고 있으니 가을이 가까이 있다는 것인데, 천고마비의 계절이 오기도 전에 가을을 예고하는 장맛비가 먼저 찾아든다.뜻하지 않게 산책길에서 비를 만나면 구름 모양을 살피게 되는데, 구름의 짙고
7월 23일 일본 동경에서 세계 최대의 축제 마당인 제32회 도쿄올림픽이 개최됐다.하지만 금번 올림픽은 지구촌 각국의 코로나 발생으로 1년여 연기 끝에 IOC 결정으로 코로나 위험을 감수하고 화려하게 열렸다.통상 올림픽이 열리면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참석해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금번 올림픽은 불행하게도 차기 개최국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정도가 참석하고, 모든 경기종목이 무관중으로 열리며, 영광스런 메달수상도 선수 스스로가 사전에 받아서 자신의 목에 거는 시상식으로 세계 역사상 최초의 초라한 스포츠잔치의 일탈행위로 전락해
공자께서 기록한 논어 1장을 열면 맨 먼저 학이(學而) 편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그때 그때 그 배운 것을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즉, 논어의 일성은 배우고 익히기를 권면하고 있다.그렇다면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이 배우고 알아 깨달아야 할 게 뭘까. 또 그 알고 배움의 끝은 도대체 어디며 무엇일까. 이 땅의 것일까 아니면 저 하늘의 것일까.이 세상의 학문도 학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정녕 이 마지막 때 땅(세상)의 것보다 더 높고 귀한 학문은 하늘의 학문 곧 종교가 아닐까. 이 높고 높은 학
지금 지구촌은 믿든지 안 믿든지 대환란의 때를 맞고 있다. 이 사실을 아는가 아니면 알고도 모른체 하는가. 코로나19 백신도 무색케 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온 지구촌을 집어 삼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온 세계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사람의 생각으로 원인과 해결책을 급하게 내놓고 있지만 ‘글쎄’라는 생각이 앞서는 건 왜일까. 그래도 노력은 지속돼야만 한다.2030 등 사람에게 원인과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기에 바쁘고, 지구촌 수많은 학자와 최고전문가들의 원인과 분석 나아가 해결책은 수만 가지니 과연 답은 어디에 있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 아나니, 이와같이 너희도 이 모든 일을 보거든 인자가 가까이 곧 문 앞에 이른 줄 알라(마 24:32~33)”고 했다. 또 있다. “외식하는 자여 너희가 천지의 기상은 분변할 줄을 알면서 어찌 이 시대는 분변치 못하느냐, 또 어찌하여 옳은 것을 스스로 판단치 아니하느냐(눅 12:56~57)”라고 했다.필자가 이 같은 글을 쓰는 데는 일반적인 글을 쓸 줄 몰라서가 아니다. 지금 이 시대가 듣고 읽고 알고 깨달아야 하는 것은 이 세상의 없어질 글이 아니라
지금 세상엔 많은 징조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나타나는 징조를 아무도 느끼고 깨닫지는 못하는 것 같아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천년 전 유대 땅에 초림으로 오신 예수님은 천기는 분변하면서 왜 오고 가는 이 시대를 분변하지 못하느냐고 안타까워 하셨다.지금 이 시대도 많은 징조가 일어나고 있지만 느끼고 깨닫는 이는 없는 것 같다.그 징조는 종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보이며 이 시대를 향해 깨닫기를 강요하고 있다.엊그제는 국민의힘 당 대표로 관록의 정치인들을 제치고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당선됐다. ‘
다음에는유준화민들레 하얀 꽃씨가 되어 있을지 몰라마을 어귀에 느티나무가 되어 서 있을지도 몰라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도는단풍나무 씨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왕거미가 되어 하늘에 투망을 던지고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어느 더운 날빗방울이 되어 네 우산 위로 떨어질지도 몰라그냥 그렇게 모르는 척네 곁에 있을지도 몰라 [시평]우리에게 ‘다음 생’이란 게 있을까.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에 의한, 매우 엄격한 종교적 계율을 지키므로 맞이하는 ‘다음 생’이란 것이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간혹 이러한 윤회에 의한 다음
권이승 가톨릭관동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감염관리위생교육중앙회 회장“니들이 게맛을 알아?”는 잘 알려진 국민배우가 2002년에 모 상품을 홍보하면서 최초로 알려지게 됐는데, 2014년, 2019년 리메이크 돼 지금까지 전해지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유명한 CF 명대사이다. 바다에서 잡히는 대게(Chionoecetes opilio, Opilio crab)는 대게과에 속하는 게로 크다고 대게가 아니라, 대나무의 대자를 의미해 대나무처럼 곧게 뻗었다 해서 대게라 한다. 흔히 경상북도 영덕에서 많이 잡힌다고 해 “영덕대게”라 하는데 경상북도뿐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
2019년 12월 중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번지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할 때만 해도 재난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했다. 이후 두 달여 만에 남극을 제외한 세계 모든 대륙에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기자는 10개월 이상을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기사를 썼다.대게는 각국 보건당국에서 보고한 사망자 공식 기록이었다. 어디서 몇 명이 죽었는지, 희생자들의 유족들은 어떤 말을 했는지, 생전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외신과 SNS 등의 사연들을 보고 쓰다 보니 몇 달간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사망자 수가 적다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경자년 흰쥐의 해는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역병으로 인해 일상을 잃어 힘들었지만 그로인해 정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해이기도 했다. 이역만리에서 들어온 역병의 원인을 자국민 탓으로 돌리며 압박하는 지도자로 인해 역병의 피해자는 하루아침에 죄인이 되기도 했다. 검찰개혁의 본질이 검찰총장을 내쫓는 것으로 호도하는 법무장관으로 인해 수개월간 나라는 어지러웠지만 정작 법무장관은 사과 한마디 없이 떠났다. 그 사이 역병이 법무장관이 책임을 진 교정시설에 창궐해 수감자들은 아우성이고 교도관들은 이성 잃은 수
흰쥐의 해가 저물고 흰소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쥐띠 해에 역병이 창궐했다는 게 참으로 묘하다. 원래 쥐는 온갖 병균을 옮기는 동물이다. 유럽사를 바꾼 페스트를 옮긴 주범도 쥐였다. 코로나19 진원지도 박쥐였으니 쥐와 무관하지 않다. 쥐를 지혜로운 영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교활한 사람을 쥐에 비유한다. 전대미문의 경자년 쥐띠해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인간이 재앙 앞에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 준 한 해였다.올해 마지막 시점에 터진 코로나19 집단감염 조짐이 심상치 않다. 연일 확진 1000명을 오르내리
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사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서슴지 않는다. 집단 이기주의는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파국(破局)도 개의치 않는다. 진영 논리에 편승(便乘)한, 저급하다 못해 시궁창 냄새가 나는 주장과 댓글이 난무한다. 세대 갈등은 차치(且置)하더라도, 국민의 편 가르기 갈등 양상은 이미 정도를 넘어섰다. 북한의 핵무장에 따른 주변 열강의 이해 상충(相衝)은 첨예화되고, 그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은 가속화되고, 젊은 세대들의 일자리 문제 등 사회 불안은 확대일로다.이는
김동희 건축가나의 소망은?갑자기 생각하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난다. 남북통일은 옛말인가? 지금 이 순간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큰 평수의 아파트? 서울에 있는 아파트?.스스로도 말이 안 되는 질문이라 치부하게 된다. 최근에 들어서 소원이 하나 생겼다. 남이 살아보지 않았던 공간에서 살고 싶은 소망. 어쩌면 욕망이 될 수도 있는데, 과거에는 힘들게 살면서 좀 더 공동의 목표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각자가 가지는 사소한 소망이 다변화되고 개인화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상도 획일화되는 게 일상적인 것은 아니듯이 우리가 생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화재가 났다 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게 있다. 바로 샌드위치 패널이다. 이번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때도 등장했다. 기존 샌드위치 패널을 얇게 압축해 놓은 형태인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썼는데 그동안 많이 쓴 드라이비트 방식의 샌드위치 패널 못지않은 위험성을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이번 화재에서는 93명이 병원에 실려 갔지만 다행스럽게도 중상자는 세 명에 그쳤다. 소방 선발대가 5분 안에 출동해서 화재의 예봉을 꺾지 않았다면 큰 참사로 발전할 뻔했다. 33층의 대형 아파트인 데다 강풍까지 불었다. 조금만 더 늦
올해도 광복절이 습관처럼 찾아왔다. 국가가 기념일을 정하는 이유가 뭘까. ‘쉬는 날’로 삼기 위함인가 아니면 겉치레로 치러지는 요식적 행사를 하기 위함인가.기념일을 정하는 이유는 지난 역사 속에 있어졌던 일들을 되새기며, 그 역사적 사건 속에 담긴 미래를 재발견하고 소망 삼기 위함일 게다. 즉, 역사만을 들추는 과거 지향적 행사가 되풀이되므로 광복의 본질과 미래는 사라지고, 이념논쟁으로 국민들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고 국민들은 그 편향적 분위기를 좋게 여기며 따라가는 식상한 세상이 돼 버렸다.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광복의 의미는 왜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