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참사 피해자 가족이 19일 오후 경상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9일 오후 참사 피해자 가족이 경상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9

피해가족 “정신병 있다고 봐주면 안 돼”

올해만 신고 7회, 경찰 허술한 대처 논란

민원·신고 시 병력 확인체계 “전혀 없다”

피해자 주로 저소득층, 국가적 지원 필요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동생은 앞으로 평생 휠체어 신세져야 합니다. 정상인으로 살 수 없다고 하네요. 조카는 ‘엄마…엄마…’라며 옆에서 하염없이 울고만 있습니다. 나라와 경찰이 관리 못 한 인재에 너무도 화가 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19일 오후 범인 안인득(42)이 살던 406호 위층, 507호에 사는 A(50대)씨의 언니라고 밝힌 B(60대)씨는 눈물을 훔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B씨의 동생은 안씨에게 치명적인 흉기 자상을 당하고 삼성창원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또 그는 사건 전 조카가 아래층에 이상한 사람이 산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B씨는 “삼성창원병원의 담당 의사는 ‘아무리 칼로 공격한다해도 그 상황에 도망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렇게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고 한다”며 “20명 중 16명이 여자·노인이라고 하던데 당시 범인은 약해 보이는 여자들만 공격했다. 명백하게 작정하고 계획한 범죄“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범인이 어떤 형벌을 받아도 시원찮다. 이렇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줬는데 그자도 똑같이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신병자 살인 사고가 계속 터지고 있는데 ‘조현병 환자다’ ‘정신병이 있다’고 봐주고 하는 일은 참을 수 없다. 정부를 믿어야 하는데 지금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오전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발인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장례식장 입구에 취소 안내문이 붙어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오전 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 유족들이 희생자들의 발인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장례식장 입구에 취소 안내문이 붙어있다. ⓒ천지일보 2019.4.19

이번 참사로 20명의 사상자가 발행한 가운데 사망자 중엔 12세 여아 등 약자가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명의 사망자 중 12세 초등학생, 19세 학생 등 4명이 여성이며, 총 20명의 사상자 중 15명이 여성으로 확인됐다. 그중에는 70대 노인도 3명이 포함돼 대다수가 약자로 밝혀졌다.

무방비 상태로 안씨와 맞닥뜨린 10대 여학생 2명과 59세(여)·65세(여)·74세(남) 주민 3명은 수차례 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과다출혈로 끝내 숨졌다.

◆ 희생자 유족 “국가기관·경찰청, 공식 사과하라”

희생자 유족 측은 19일 오전 “이번 방화·살인 사건이 국가적인 인재로 발생한 점을 국가가 인정하고 국가기관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지난 17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합동분향소가 충무공동 한일병원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지난 17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합동분향소가 충무공동 한일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한 조문객이 눈물을 닦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8

유족 측은 “국가기관은 아직까지 국가적 인재로 인정하지 않고 공식사과도 없었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하면 발인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청이나 진주경찰서의 공식적인 사과도 바란다. 사과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발인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분향소를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재경·박대출 국회의원, 조규일 진주시장 등에게 “여기 사진 찍으러 왔느냐. 죽을 사람 살리려면 시스템을 바꿔라”고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 희생자들의 발인 장례를 치르기로 했으나 발인 1시간여 전에 돌연 취소했다.

◆ 조현병 환자 등 정신병력 관리체계 구축 절실

경찰은 지난 18일 오후 사건브리핑에서 민원·신고가 접수됐을 때 피의자 정신 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현재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안씨의 범죄 행각을 놓고 경찰의 허술한 조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평소 안씨의 이상한 행동에 경찰서, 소방서에 올해만 7건의 신고를 신고하는 등 주변에 알렸으나, 경찰이 사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방화·흉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모 아파트 현장.  이번 살인사건은 40대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놀라 대피하던 주민들을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방화·흉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모 아파트 현장. 이번 살인사건은 40대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놀라 대피하던 주민들을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천지일보 2019.4.18

이에 진주경찰은 “예전에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안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상황을 알지 못했다. 당시 이웃 간 사소한 시비로 보고 현장계도 조치를 했다”며 “과거 사건에 대한 경찰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진상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힐 예정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피해자 대부분 저소득층, 국가적 지원 필요

피해자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인 저소득층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대한적십자의 심리회복지원센터, 경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진주보건소 등을 통해 심리치료 지원준비에 들어갔다.

진주시는 피해자 긴급지원 대책본부를 구성, 상황총괄반·의료지원반·장례지원반 등 7개 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경찰은 신상 공개로 인한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인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진주경찰서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별도의 ‘가족보호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 방화·살인사건 참사 현장에 놓인 하얀 국화.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 방화·살인사건 참사 현장에 놓인 하얀 국화. ⓒ천지일보 2019.4.19

또 경남경찰청 피해자보호팀을 중심으로 전담경찰관 등 30명을 편성해 피해자, 유가족 긴급심리상담을 지원한다. 경남청은 경남도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행정‧경제적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최근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 범행 사건에 정신장애가 있는 비율은 2015년 7.5%, 2016년 7.9%, 2017년 8.5%로 늘고 있다. 또 묻지마 범행으로 불리는 우발적 살인사건은 2015년 37.7%(401건), 2016년 38.8%(403건), 2017년 41.9%(428건)로 매년 비중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故) 임 교수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도입을 앞두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으로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발견한 치료 중단 환자에 대해 지자체장이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외래치료를 받게 할 방침이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부도 지원에 필요한 예산·절차 마련 등 고민 중이지만, 조현병에 대한 근본해결책과 경찰수사의 문제점에 대해선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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