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현장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현장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18명 사상 중 14명이 여아·여성

범행동기 계속 말바꿔 ‘횡설수설’

범인 신고 올해 7건 ‘허술한 조치’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아이, 노인 가릴 것 없이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렀다 아입니까. 자기 집에 불 질러놓고 나와서는 뭔가 작정한 사람 같았어예.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고 지옥이 따로 없었지요.”

17일 오전 4시 25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돌변했다. 이 시간 A(42)씨는 이날 자신이 살고 있는 406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뒤 놀라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준비된 2개의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A씨가 일으킨 무차별적인 살인 참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그중 12세 여아 등 약자가 포함돼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5명의 사망자 중 12세 초등학생, 19세 학생 등 4명이 여성이며, 총 18명의 사상자 중 14명이 여성이다. 그중에는 70대 노인도 3명이 포함돼 사상자 대다수가 약자로 밝혀졌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A씨는 이날 오전 4시 29분께 자신이 살고 있는 진주 가좌동 한 아파트 4층 집에 불을 지른 뒤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 흉기를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이 난동으로 주민 5명이 1층 입구·계단, 2층 복도에서 치명상을 입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모두 숨졌다. 이 사건으로 12세 여아 등 주민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현장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무방비 상태로 피의자와 맞닥뜨린 10대 여학생 2명과 59세(여)·65세(여)·74세(남) 주민 3명은 수차례 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과다출혈로 끝내 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사망 5명, 중상 2명, 경상 4명 등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화재 연기를 흡입한 7명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진주경찰은 이날 오후 참사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조현증이 있는 피의자가 ‘횡설수설’하고 있어 정확한 범행동기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임금체납이 되고 있다, 나를 무시한다, 피해를 준다, 국정원에 말해도 안 들어준다’라고 말하다가도 돌연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바로는 A씨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시내 모 정신병원에서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직업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범인 A씨는 지난 2010년 폭력행위 법률 위반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당시 A씨는 한 달간 공주 감호치료소에서 정신감정 등 정밀진단을 받아 조현병으로 보호관찰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4시 29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이희석 진주경찰서장이 관련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4시 29분께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이희석 진주경찰서장이 관련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경찰은 A씨와 관련해 올해만 7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위층 506호와 관련된 내용은 4건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관련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만 올해 총 5건의 신고가 있었다. 피의자는 위층에 사는 506호 피해주민과 평소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오물을 투척하는 등 시비가 계속 있어왔다”고 말했다.

A씨의 범죄 행각을 놓고 경찰의 허술한 조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평소 A씨의 이상한 행동에 수차례 신고를 하는 등 주변에 알렸으나 경찰이 사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진주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전에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A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상황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웃 간 사소한 시비로 보고 현장에서 계도조치를 했다”며 “하지만 지난 3월 12일 밤 A씨가 위층 이웃 현관문 바닥에 간장·식초 등을 뿌린 신고를 접수해 지난 11일 재물손괴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인의 집인 406호 전체와 주변이 까맣게 그을려있다.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인의 집인 406호 전체와 주변이 까맣게 그을려있다.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7

이외에도 지난 1월 17일 진주자활센터에서 A씨가 남자 1명과 여자 1명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불구속 입건으로 벌금 처벌을 받은 등 A씨는 지속해서 물의를 일으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진주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형사 8개팀, 지방청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한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A씨의 심리상태 확인, 사건 경위를 분석하고 있다.

한편 경남지방경찰청은 방화·살인 혐의를 받는 A씨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경찰관과 외부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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