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지난 17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합동분향소가 충무공동 한일병원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18일 오후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합동분향소가 충무공동 한일병원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는 가운데 한 조문객이 눈물을 닦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8

사상자 2명 늘어 총 20명

20명 중 15명이 여아·여성

“피의자, 기억력 양호하다”

경찰 허술·소극적 대처 논란

민원 시 병력확인체계 “無”

경찰 “과거조치 책임지겠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 무차별적인 살인 참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인 안인득(42)이 저지른 범행이 사전에 계획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18일 오후 아파트 참사와 관련해 2차 브리핑을 열고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이 있는 피의자가 ▲범행 당일 휘발유를 구입한 점 ▲흉기 2자루를 2~3개월 전 미리 구입한 점 ▲사건 당일 원한을 갚는다고 생각한 점 등을 근거로 사전에 계획한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으로 안씨가 사건 당일 새벽 흰색 기름통을 들고 나가 인근에 있는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 귀가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406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것을 확인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미리 준비해서 범행을 준비했다는 상황으로 동선이 맞춰지고 있다”며 “우발적인 범행이라기보다 범행을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현주건조물방화·살인 등 혐의를 받는 안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전재혁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 이유를 밝혔다.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방화·흉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모 아파트 현장.  이번 살인사건은 40대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놀라 대피하던 주민들을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방화·흉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모 아파트 현장. 이번 살인사건은 40대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놀라 대피하던 주민들을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천지일보 2019.4.18

또 경찰은 이날 오후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구속된 피의자 안인득(42·77년 7월생)의 실명,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이번 참사에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봤기 때문.

이번 참사로 애초 18명의 사상자가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조사 결과 2명이 추가돼 20명의 사상자가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엔 12세 여아 등 약자가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명의 사망자 중 12세 초등학생, 19세 학생 등 4명이 여성이며, 총 20명의 사상자 중 15명이 여성으로 확인됐다. 그중에는 70대 노인도 3명이 포함돼 사상자 대다수가 약자로 밝혀졌다.

무방비 상태로 피의자와 맞닥뜨린 10대 여학생 2명과 59세(여)·65세(여)·74세(남) 주민 3명은 수차례 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과다출혈로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 안씨는 “모두가 한통속으로 시비를 걸어왔다. 관리사무소에 불만을 제기해도 조치해 주지 않았다”며 “평소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충무공동 한일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18일 오후 김경수 도지사가 참담한 표정으로 분향소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충무공동 한일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18일 오후 김경수 도지사가 참담한 표정으로 분향소로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8

프로파일러로 범인을 상담해 온 방원우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장은 이날 “피의자의 경우 망상장애로 인해 피해의식이 과도한 편”이라며 “피의자는 현재 ‘나를 위해하려는 세력이 있다’ ‘이들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졌다’ ‘기업체‧퇴사 후‧치료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정신장애라고 하면 대화도 잘 안되고 지능도 떨어질 거로 생각하는데 일상적인 일에 대해서는 정상적일 수 있다”며 “피의자의 경우 짧은 질문, 개인적인 경험 등 기억에 대한 대답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피의자와 사고를 요구하는 긴 질문 등 20분 이상 장시간 대화하다 보면 적절하게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일반적인 조현병 환자는 보통 외모 관리·위생 관리가 부족해질 수 있는데 피의자는 그렇지 않았다. 일반인과 다름없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범인 안씨는 조사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실은 알고 있으며, 잘못한 부분은 사과하고 싶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안씨와 관련해 올해만 7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위층 506호와 관련된 내용은 그중 4건이라고 전했다.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지난 17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에 희생된 최모(18)양 집 앞의 CCTV가 피의자로부터 수차례 위협을 당해 왔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아파트 피해현장 화단에는 주인 잃은 신발과 그 주변으로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8
[천지일보 진주=송해인 기자] 지난 17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에 희생된 최모(19)양 집 앞의 CCTV가 피의자로부터 수차례 위협을 당해 왔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아파트 피해현장 화단에는 주인 잃은 신발과 그 주변으로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4.18

안씨의 범죄 행각을 놓고 경찰의 허술한 조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평소 안씨의 이상한 행동에 수차례 경찰서, 소방서에 신고하는 등 주변에 알렸으나 경찰이 사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예전에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안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상황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웃 간 사소한 시비로 보고 현장에서 계도조치를 했다”며 “과거사건에 대한 경찰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진상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힐 예정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이날 민원·신고가 접수됐을 때 피의자가 정신 병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현재 진주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형사 8개팀, 지방청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한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안씨의 심리상태를 확인, 사건 경위를 분석하고 있다.

한편 경찰이 발표한 바로는 안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직업이 없는 상태다. 범인 안씨는 지난 2010년에도 폭력행위 법률 위반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안씨는 한 달간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 등 정밀진단을 받아 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보호관찰형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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