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左)도 우(右)도 아닌 것이 중도인가. 또는 좌, 우 모두를 수용하는 것이 중도인가. 아니면 적당히 맞춰 타협해 가는 게 중도인가. 그렇지 않다. 중도란 좌든 우든 잘못된 것은 버리고 옳고 바른 것은 수용하는 것이다. 즉, 정의와 정도, 진실, 진리를 추구하고 또 그 편에 서는 것이 중도다. 천지일보는 만 5년의 길을 묵묵히 걸어 여기까지 와 여섯 돌을 맞았다. 그렇게 걸어온 길이 바로 중도의 길이었다. 즉 ‘천지일보는 중도’다. 그러나 그 길은 순탄한 길이 아니었으며, 그야말로 좁고 협착한 길이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 시대 누군가는 그 외로운 길을 걸어야 했기에 감내(堪耐)해야 했다. 무엇보다 함께해 준 기자들이 대견하고, 신문사가 걷는 그 길을 함께 걸어 준 독자들이 자랑스럽고, 지켜보며 응원해 준 보이지 않는 많은 손길들이 고맙다.

지금 이 시대는 지금까지의 의식과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했듯이, 비뚤어지고 어지러워지고 더러워진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시대는 구(舊)시대가 되어 없어져 줘야 한다. ‘낡아지고 쇠하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라는 교훈처럼, 순리에 순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우주 만물의 섭리를 좇고, 시대의 조류를 따라 지금까지의 잘못된 모든 것에서 새로워져야 한다. 그것이 송구영신이며, 오늘날 우리가 바로 송구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 창조라는 말이 있듯이 정의, 정도, 진실, 진리로 바로잡아 주고 기준이 되는 새 시대가 창조돼야 한다. 왜곡된 역사에서부터 만신창이가 된 현실에 이르기까지, 또 갈기갈기 찢어진 종교로 인해 시작된 거짓과 다툼과 분쟁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상록수(常綠樹)와 같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언론이 필요했다.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의 건국이념에도 나타나 있듯이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사상 즉,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낙원이다. 천지일보는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전달 기능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 그 위상을 만방에 드높이고, 나아가 인류가 가진 고상한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창간됐다. 이같이 고상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선행돼야 할 과제들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천지일보 ‘사시(社是)’로 나타났다.

그 첫 번째로 ‘의식을 깨우는 정론’이다. 왜곡되고 편견, 편파에 물들어 있는 우리의 생각과 의식 그리고 가치관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나 오늘날에도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길들여져 있는 사대주의와 식민주의 나아가 그에 반하는 배타적 국수주의 등은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민족 고유의 사고의 틀 위에서 형성된 자주적 민족관, 세계관, 우주관 등 능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다시 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창조주의 뜻과는 상관없이 갈라진 종교세계, 그러한 가운데 자기 종교만이 최고라는 인식으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과 반목, 나아가 분쟁과 전쟁 역시 청산돼야 할 유물이며 우리의 과제다.

두 번째로 ‘창조적 그린 미디어’다. 언론이 살아야 사회와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부패하고 타락한 세상은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 될 수 없다. 학생과 청년은 미래의 자산이다. 오늘의 언론은 폭력과 선정문화의 전도지가 돼 있다. 마치 뱀의 혀가 둘로 갈라진 것처럼 한 입에서 선(善)과 악(惡)이 나오고 있다. 오직 미래를 열어갈 청년들에겐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인식시키고, 그 터 위에 미래를 설계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주인공들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세 번째로 ‘화합과 상생의 주춧돌’이다. 오늘날 사회와 나라는 분열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박사의 호소문이 가르치듯, 갈라지고 찢어지는 것은 망국(亡國)의 길이요 곧 죽음이다. 하나 되고 화합하는 것은 서로 사는 길이니 곧 상생(相生)의 길이다. 이러한 모순된 현실을 야기 시킨 장본인은 바로 종교요 종교지도자요 종교세계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종교의 이상은 평화의 세계 실현이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종교의 분열과 이념과 문화의 차이로 세상은 혼란과 혼돈의 도가니가 돼 버렸다. 종교와 종교인의 잘못된 생각과 그 정신은 사회와 나라와 인류를 오염시키고 변질시키고 죽이고 있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즉 ‘내가 알 때 참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기에 끊임없이 알려온 것이다.

네 번째로 ‘문화강국 지향에 기여’ 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민족이요 나라다. 성장과 번영이라는 이름하에 민족문화는 퓨전화돼 한갓 상품으로 전락해 가고, 그 결과 역사와 문화 속에 담겨 있는 고유한 본질은 희석되고 왜곡돼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는 애초부터 하늘을 의지하는 종교문화였으며, 21세기 문화강국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될 수 있는 것도 뿌리 깊은 하늘문화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언론의 사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져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나와 우리, 사회와 국가, 세계와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때다. 천지일보는 쉬지 않고 의식을 깨우는 정론으로서 묵묵히 중도의 길을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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