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어느덧 하반기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됐다. 2015년, 평화를 상징하는 청양의 해가 찾아왔다며, 꿈과 희망을 품고 달려온 지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난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며 달려온 을미년 청양의 해이지만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비탄에 빠지게 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20년 전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관련 업계와 정부는 무엇보다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을 말하곤 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사람들의 욕심과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였다.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정부와 지도자, 관계 부서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는 인재로 인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부정·부패·비리를 척결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지만 공허한 울림뿐이었다. 국민 앞에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지만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또다시 세상에 나아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역시 부정·부패·비리로 얼룩진 세상을 만들어간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돈과 권력, 명예를 손에 쥔 이상 그것을 놓기 싫어 다른 사람의 안전이나 행복 따위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자연재해라면 인력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억울하고 비통해도 용서는 할 수 있겠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 외려 사건이 발생한 자체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어이없는 경우는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가지려 해도 용서하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지사다.

최근 들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정부와 의료기관의 초동대처가 미숙한 점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관계 기관이 메르스 (거점) 병원 공개를 망설인 이유가 삼성서울병원을 감싸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돈과 권력에 사로잡힌 사회 구조 때문이다. 뒤늦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말 그대로 때늦은 사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이 메르스 사태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응 방식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메르스 사태가 왜 커질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진실을 알기 원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메르스로 인해 발생한 병원비가 사망자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왜 무엇보다 국민을 앞서 생각하지 않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나라에 큰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무슨 큰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음모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모든 사건·사고마다 그 뒤에 거대 권력이나 정부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지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이나 ‘소수의견’이 만들어진 이유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러한 영화가 나왔는지,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며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의 픽션이 가미된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소수 권력에 의해 다수의 사람들, 아니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이 그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우리 사회에 던져진 권력에 의한 상처와 피해, 알면서도 당하고 모르기에 더 비참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국민은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 권력을 무서워하지 말고, 권력을 가진 이들은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세상. 최근 우리 사회에 던져진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나오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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