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뭄 등 천재(天災)이면서 인재(人災)는 이제 지나가려나. 하지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게 어찌 그뿐일까. 이 나라는 정치인이 종교인이고 종교인이 정치인인 연고로 인해 일어나는 웃지 못할 문제가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서도 미개한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 그저 종교요 가정사인 양 치부되며 이 나라 전역에 암 덩어리처럼 번지고 있는 일명 개종목사의 개종사업이다.

이로 인해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종교의 자유는 사라졌고, 종교를 넘어 인권이 유린당하며, 개인은 물론 가정까지 몰락하는 무서운 일이 ‘종교’ 또는 ‘가정사’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돼 속고 또 속이며 자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잘 포장돼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는 참다 못해 결국 거리로 나섰다. 경찰청은 물론 산하 전국의 지방경찰청 앞에서 강제개종교육의 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과 궐기대회, 강제개종교육철폐 국민서명운동 등을 전국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여기서 잠깐 들어도 믿기지 않을 그들이 알리는 강제교육의 실태를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으로 들어보자.

강제개종교육 피해자 최모씨는 “한 달여간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물론 손발을 묶고 개종교육 동의를 강요당했다. 지금껏 들을 수 없던 수많은 욕설, 평생 맞지 못할 만큼 구타를 당할 때는 피눈물이 날 지경이었고 물조차 먹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이 내용은 어디 다른 나라 다른 세계의 얘기가 아니다. 인권이 보장되고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났으며 지금도 버젓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경찰의 미온적 수사태도다. 여기서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그간 수많은 경찰이 강제개종교육을 가정사로 치부하고 미온적인 수사를 해 피해를 키웠다”면서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납치 감금 폭행은 물론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살인까지 당했다”고 적극 토로했다. 대한민국 헌법과 공무원 복무규정 4조 2항에는 종교 편향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로 확인된 경찰의 종교 편향적 행태는 반드시 철퇴를 맞아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례로 한결같이 사건을 맡은 경찰은 자기가 적대시하는 종교단체일 경우, 개종교육 목사와 한편이 돼 납치 감금 폭행 살인을 묵인하며 나아가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것이 국민의 경찰이며 민중의 지팡이라고 자고하는 대한민국 경찰의 실상이다. 있으나 마나 한 법, 국민의 억울함을 외면하는 정부와 경찰, 과연 이래도 국민의 정부이며 경찰일까.

이쯤에서 일련의 사태를 통해 강제개종교육의 과정을 잠시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강제개종교육을 자행하는 단체는 바로 정치 권력화된 한국 기성교회와 교단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이 한기총 소속 교단의 개종목사는 성경에 무식한 부모를 미혹하여 그 자녀가 아주 위험한 이단에 빠진 것으로 말하며, 자녀로 하여금 강제개종교육을 받도록 유도한다. 이 부모는 자기 자녀가 잘못된 이단에 빠졌다고 하니, 혼비백산해 신앙하는 자기 자녀를 개종목사의 주문에 따라 미혹하니, 이 미혹은 거짓말로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일로 만나자고 거짓말을 한다. 자녀는 부모님의 말씀이므로 순종하고 만난다. 약속 장소에 가 보니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부모님이 반가이 맞이하면서 자녀에게 봉고 차를 타게 한다. 타고 보니 차 안에는 5~6명 정도의 건장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강제개종 목사의 각본에 의해 조종을 받는 피해자 부모로부터 강제로 끌려가는 강제개종의 시작이다. 물론 삯을 위해 일하는 ‘삯군 목자’라는 말이 있듯이, 강제개종교육은 단언하건대 개종교육이 아닌 돈벌이를 위해 종교를 빙자한 개종사업이 틀림없다.

이같이 개종사업에 열을 올리는 한기총 소속 개종목사 무리들이 피해자 부모에게 지시하는 내용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자녀에게 수면제를 먹여라. 둘째, 핸드폰을 빼앗아라. 셋째, 입에다 반창고를 붙여라. 넷째, 손과 발에 수갑을 채워라 등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주문을 해 온다. 그리고 피해자는 잠에서 깨어보니 원룸이다. 낯선 한 사람과 부모님이 강조한다. 개종 교육을 받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위협한다. 물론 법망을 피하기 위한 술책이다. 밖에 나가기 위해 문을 열려고 하니 문이 잠겨 있다. 내가 믿었던 부모님이 생각 외로 변해 있다. 이럴 수가 있을까. 왜 내 부모가 나를 타인에게 이 같은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가. 내 부모는 성경 말씀도 모르는 분인데,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개종교육을 받겠다는 각서를 쓰지 않는다고 부모님이 구타와 욕설까지 한다. 부모님은 나를 위해 개종교육비를 미리 주었다고 한다. 개종 목자와 내 부모님이 나에게 보여 준 이 행동은 과연 악인가 선인가. 많은 사람이 강제개종교육을 받기 위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고, 직장을 중단해야 했고, 그로 인해 자동으로 휴학 휴직이 되었다. 그러함에도 개종이 되지 않는다 하여 정신 이상자로 취급하고 정신병원에 감금하였다. 개종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모님이 구타하고 머리를 깎고 옷을 벗기고 집에서 쫓아낸다. 그리고 이것을 가출이라며 남에게 뒤집어씌운다.

이같이 불법과 편법에 국민들은 오늘도 울부짖고 있지만, 이 나라 종교지도자들과 하나된 정부는 줄 곳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종교인이 정치인이고 정치인이 종교인인 이 나라의 정치종교 현실이 그 연고다. ‘선거와 표’, 언젠가부터 신앙인은 정치꾼의 노리갯감이 되어 신앙인이 아닌 종교인이 정치인이 된 몰각한 종교인과 정치인의 선거 당선을 위한 ‘표’로 전락해 있었다. 이 같은 편파적 처사는 도의와 진리와 정의를 무너뜨렸기에 의가 필요하고 바른 도가 필요한 때를 맞이했으니 송구영신(送舊迎新)할 때다. 종교가 살아야 나라가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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