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사진 한 장. 빨간 티셔츠에 청색 반바지를 입은 세 살배기 꼬마가 바닷가 모래사장에 얼굴을 반쯤 파묻은 채 죽어 있는 모습.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이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 시리아 난민이다.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리아. 거기에 더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지역을 점령하면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나, 둘 정든 고국 땅을 버리고 유랑하는 난민 신세가 되고 말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4년 넘게 지속된 내전으로 116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난민으로 전락한 것이다. 내전이 계속되자 이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동부와 북부를 장악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민간인들을 처형하는 등의 악행을 일삼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고 할 수 있다.

난민 중 400만명 이상은 국경을 넘어 터키와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 이웃나라로 떠났으나 쏟아지는 난민들을 감당하지 못한 주변국은 국경을 닫게 되고 시리아 난민들은 새 삶을 찾아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게 됐다.

인구의 절반 이상을 떠나보내면서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시리아. 죽음의 나라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리아에서의 내전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뿌리 깊은 부족 간 갈등과 종파 분쟁 때문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지난 1971년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부터 아들인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까지 40년 넘게 집권한 현 지배층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로 시리아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한 소수 종파다. 반면 인구의 73%가 수니파로 내전 발발 후 대부분이 반군 편에 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시리아의 내전은 시리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주변국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터키, 요르단 등과 같이 수니파가 기세를 잡고 있는 나라들은 시리아의 반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으며, 시아파를 이끄는 이란과 레바논 헤드볼라는 정부군을 돕고 있으니 내전이 끝나려야 끝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보다 종교와 권력, 이권을 지키는 것이 먼저이다 보니 사람의 목숨은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진 것이다. 허나 이는 종교를 목숨보다 귀히 여기는 그들의 입장과도 반대되는 일이다. 세상 어느 종교가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라 한단 말인가.

자기 자신을 위해 종교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이 믿는 신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이들. 과연 그들이 종교를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인가,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깃털보다 가볍게 여기는 것인가. 양심이 있다면 그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야 한다.

형과 함께 천진난만하게 웃던 아일란 쿠르디의 생전 사진과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시리아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방법은 시리아 내전이 하루속히 끝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교를 무기로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 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쿠르디 외에도 한 소년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며 두 팔을 벌리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인터뷰 영상에서 13살짜리 시리아 난민 소년은 “사람들이 시리아인을 싫어한다”며 “시리아인들은 도움이 절실합니다. 유럽까지 갈 수 없더라도 전쟁만 멈춰주세요. 그게 제 바람이에요”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전 세계에 IS 공포를 확산시킨 종파라는 데서 오는 편견도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난색을 표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세 살 쿠르디의 희생으로 전 세계가 시리아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마음을 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시리아 난민 문제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브로커 등 범죄 집단의 활동이다. 이들은 살기 위해 조국을 떠나 유럽 등으로 향하려는 시리아 난민들의 한줄기 희망의 빛줄기마저 차단해버리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살기 위해,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어렵게 모은 돈을 브로커에게 건네주면서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 일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속히 이 지구촌이 평화의 세계가 되길 바라며, 종교로 인한 갈등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의 종교가 과연 무엇을 말하고 가르치고 있는지 고민해보는 정치·종교 지도자들이 되어주기를 부탁한다. 제2의 쿠르디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