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들녘은 서서히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추수의 계절 가을이 오면 추수 때를 놓칠세라 농부의 마음은 바쁘고 손끝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혹여 때를 놓쳐 한 해 농사를 그르칠까 염려하는 농부의 애타는 마음 때문이다. 농부가 이른 봄 이른 아침 밭에 나가 씨를 뿌리는 이유는 익은 곡식을 거둬 곡간에 저장할 것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씨를 뿌린다.

추수는 이처럼 세상의 추수도 있지만 하늘의 추수도 있다. 유교의 사서삼경 중 역경(易經) 즉, 주역(周易)에도 추수를 언급하고 있으며, 오늘날 이 시대를 추수 때라 이르고 있다. 이 추수는 분명 세상의 추수가 아닌 창조주의 섭리 가운데 있어지는 하늘의 추수를 말하고 있다. 오늘날이 추수 때라면 언제 씨를 뿌렸으며, 그 뿌린 씨는 무엇이며, 또 누가 뿌렸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대한 해답은 유교가 아닌 다른 경전 즉, 기독교 경서인 신약의 사복음이나 신약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요한계시록에 잘 나타나 있다. 유교든 기독교든 종교의 차원에서 말하는 추수는 세상 추수의 이치를 들어 하늘 추수를 깨닫게 하고 있다. 즉, 세상 추수는 추수 때 익은 곡식을 거둬들이는 것이지만, 하늘 추수는 곡식이 아닌 사람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유교에서는 우주의 일주 해를 맞이하는 때 즉,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때를 맞이해, 부패하고 타락해 낡아진 구시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새 시대를 맞이해 새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기독교 경서를 보면 이천년 전 예수께서 씨를 뿌렸으니, 그 씨는 육의 씨도 세상의 씨도 아닌 태초부터 있는 말씀으로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눅 8:11)’이라 했다. 이렇게 뿌려진 씨가 이천년 동안 자라서 이제 추수 때를 맞이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밭이라 하듯, 하나님의 말씀의 씨가 사람의 마음 밭에 뿌려져 자라므로 우리의 속사람(심령)이 하나님 즉, 신의 형상을 닮았을 때 ‘익은 열매’가 된다. 따라서 “그가 그 조물 중에 우리로 한 첫 열매가 되게 하시려고 자기의 뜻을 좇아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느니라(약 1:18)”고 했다. 그렇다면 종교 차원에서 말하는 추수는 세상의 익은 곡식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거듭나서 신의 모양과 형상을 닮은 사람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함에도 오늘날 많은 신앙인들이 이 같은 신의 뜻을 깨닫지 못한 채 오해하고 왜곡시키며 그저 자기만족에 가까운 신앙을 하고 있다.

성경에 보면 그 옛날 모세 때, 출애굽 한 백성들이 만나와 메추라기로 양식 삼던 광야 생활을 마치고 약속의 땅 가나안에 입성한 후, 토지소산 중에 처음 익은 열매 즉, 첫 것을 하나님께 드렸으니 곧 수장절(收藏節)이다. 하나님은 이 수장절을 규례로 정해 대대로 지킬 것을 명하셨다. 그 명령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물론 오늘날 많은 신앙인들은 모세 때와 같이 토지의 소산으로 절기를 지키고 있다. 하나님이 명하신 절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지만 율법의 시대를 지나 예수로 인한 은혜와 진리의 시대를 만났으니 곧 자유율법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예수는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대화할 때, 너희는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나 우리는 아는 것을 예배한다고 했고, 나아가 예수는 오늘날의 예배를 영적 예배라 했으니, 모세 때의 절기 속에 진정 하나님이 나타내고자 했던 참 의미가 따로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살펴봐야 할 것은 ‘추수감사절’이다. 이 추수감사절은 오늘날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추수감사절은 하나님의 뜻도 아니요 경서에도 언급되지 않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의 절기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추수감사절은 영국에서 종교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륙으로 건너온 102명의 청교도인들이 아메리카 땅에서 처음으로 농사를 지은 수확물을 거둬 1621년 감사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됐으며, 우리나라는 1904년 예수교 장로회 회의에서 추수감사절을 정해, 매년 11월 셋째 주일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의 사정과 생각과 욕심으로 신의 뜻을 변질시켜 왔으니,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 말세를 자초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섭리 가운데 찾아온 이 시대의 추수는 세상의 추수가 아니라 영적 추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추수 때가 가진 의미는 종교 말세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곧 종교세상의 끝이 온 것이다. 그러나 말세는 끝이 아니라 새 종교의 새 시대를 잉태하고 있었으니, 전통이 된 지금까지의 종교를 버리고, 정통이 된 새 종교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추수돼 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농사에서도 추수돼 가지 못하면 밭에 남아 불태워지고, 추수돼 가면 주인의 곡간에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신앙인 아니 온 인류에 있어 추수 때 있어지는 추수는 불사름을 당하는 심판과 구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간 시대는 낡아지는 것이니, 낡아지는 것은 쇠하여 없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전 시대에 미련을 갖지 말고, 추수돼 도래한 새 시대에 동참하는 지혜 있는 새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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