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역사 바로 세우기 ‘우리’가 될 때 가능한 일
[천지일보 시론] 역사 바로 세우기 ‘우리’가 될 때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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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 연일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친일인명사전을 서울시 내 중·고교에 배포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서울 소재 중·고등학교 500여개교에 친일인명사전 배포사업이 시작된다.

요즘 들어 자주 등장하는 ‘역사전쟁’에 또 하나의 불씨를 댕긴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친일인명사전 배포와 관련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억 7550만원 규모의 친일인명사전 배포 사업 내용이 담긴 ‘2015년도 서울시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나치의 행적 등 잘못된 부분을 다 보여주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친일인명사전 비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친일인명사전 배포와 관련 새누리당은 “반(反) 교육적 결정”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 황진하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친일인명사전은 좌파 성향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것으로 중·고교에 보급하는 데만 국민혈세 1억 7000여만원이 든다고 한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친일인명사전이 자칫 자라나는 학생들의 역사관과 국가관을 오도하지 않을지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친일인명사전 배포 사업은 이미 예산안에 통과됐지만 해당 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1년여 동안 사업추진이 미뤄져왔다. 좌편향적이고 진보성향으로 분류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해당 사전의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그야말로 역사전쟁이 계속 될 것 같다.

특히 우연찮게도 친일인명사전 배포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맞물려 또 다시 불거진 터라 다분히 의도적인 처사라는 목소리도 크다. 역사를 놓고 정당 간 권력다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역사를 논하는 데 있어 좌파, 우파가 웬말이며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역사교과서 집필과 관련, 미리 정죄하고 단죄하는 것은 또 무슨 노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다. 마치 미래를 내다보듯 역사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예단은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싶다. 물론 우려할 수는 있으나 마치 이를 대비하기라도 하듯, 친일인명사전을 학교에 비치해 아이들이 보도록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겠다는 이들이 택한 방법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본다.

‘진보다, 보수다’ 서로 나누고 구분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진보와 보수의 성향을 띠고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이들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라는 입에 발린 말에는 ‘너와 나’가 구분 없는 여야 정치인들. 정말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그것이 진심이라면 국정화 교과서다, 친일인명대사전이다, 이런 것에만 목에 핏대를 세우고 국민의 역사관과 가치관에 혼돈을 줄 것이 아니라 진작 했어야 할 중국의 동북아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열심을 냈어야 하지는 않았을까.

국정화 교과서 집필진들에 대한 여론도 마녀사냥식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장은 담가봐야 알듯, 교과서도 집필이 되고 나서야 그 안에 든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해서 반대하는 것이라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분노하기보다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사상 등을 배제하고 오직 역사적 사실에 대한 내용을 여러 방법으로 알려 가면 되는 것이다. 흔히 말하듯 역사를 비롯해 살아가면서 알고 깨우쳐야 할 내용은 학교 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요, 교과서에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에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서점 및 도서관에 즐비하고, 인터넷만 검색해도 수많은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학생들이 교과서 밖 다른 책들을 볼 여유가 있겠냐고 반문한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를 그렇게 만들고 성적과 서열, 학연과 지연 등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만든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지금의 이 역사전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인가. 지금의 이 논쟁은 사실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싶어 한다. 정치적 이념이나 권력에 휘둘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보여주기식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뿌리요 혼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 밝혀줄 제대로 된 역사는 너와 내가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닌 ‘우리’가 될 때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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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2015-11-11 00:48:43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진보든 보수든 말하지만 실상은 자신들 위상을 더 세우기 위함이고 권력싸움으로 밖에 안보이는 건 그들이 말하는 것에 진실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