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논설위원, 시인) “지루하게 끌고 가더니 이제 끝났네.” 지난 금요일 종영된 모 방송국의 일일연속극을 두고 아내가 한 말이다. 주변의 TV드라마에 대한 반응, 현실에 어울리지 않은 주제로 사회생활의 상식선을 허물어뜨린다느니, 시청률 경쟁에 매달려 막장 드라마를 스스럼없이 연출한다느니 지적이 많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드라마를 애청하는 것은 그 시간대에 마땅히 볼만한 프로가 없다는 현실도 드라마를 보게 하는 데 한 몫을 한다. TV 등 대중매체는 영향력이 크다. 주부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TV
어느 팀이 이겨도 한국야구사를 다시 쓰게 된 2013프로야구가 삼성 라이온즈의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초반기 한국시리즈에서 1승 3패한 팀이 챔피언에 올랐으니 이것도 지금까지 확률 0%의 기록을 깨고 기적을 이룬 셈이다. 준우승에 머문 ‘미라클’ 두산 베어스도 우승확률 100%라는 지금까지의 전통을 깨고 마지막 7차전에서 뒷심 부족으로 분패하고 말았으니 선수단이나 팬들의 아쉬움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동안 멋진 경기로 국민에게 열정과 감동, 즐거움을 선사해준 프로야구가 11월 1일
사상 최대 규모인 628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올해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부분의 상임위가 국감 활동을 마친 가운데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일부 상임위만이 이번 주말까지 국감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치러진 이번 국감은 기대감과 비교하면 실망감이 컸다. 각종 의혹 제기 속에 정책국감은 실종되고 정쟁이 난무했다. 수박 겉핥기식 질의에 호통 치는 모습은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시민단체인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매긴 점수도 ‘C학점’에 불과했다. 매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받으면서도 문제
이병익 정치평론가 검사들은 ‘검사 동일체’의 원칙이 있다. 일부 개정되기는 했지만 검사는 조직체계가 일사분란하고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관계이고 검찰의 판단이 동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검사는 자신의 주관이나 신념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법에 의해서 공명정대하게 판단하며 어느 검사든 판단이나 결과는 같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이유는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판단을 내려야 하고 그 결과는 동일하게 적용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판사들도 동일체의 원칙은 따로 없지만 유추해석하면 검사와 마찬가지로 자
[독도시] 독도 송(頌) - 송태준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전혀 새로운 발언은 아니지만 남북관계가 다소 경색된 현 시점에서 신뢰와 원칙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조금은 의아스럽다.박 대통령은 서유럽 순방 첫 번째 방문국인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회담이 일회성 행사로 그쳐선 안 되고 결과가 없어서도
1. 씨튼연구원의 설립 역사한국의 다종교문화 속에서 종교 간의 대화의 필요성에 응답해 1994년에 설립된 씨튼연구원이 올해로 설립 스무 돌을 맞았다. 씨튼연구원의 설립은 1991년 10월 네덜란드의 한 베네볼렌시아(Benevolentia, 후에 포티쿠스(Porticus)로 재단 이름을 변경) 문화재단의 관계자 두 명이 방한해 한국 내 종교 간 대화프로그램 실시를 권유받으면서 시작됐다. 그 후 1993년 11월 동아시아 종교연구소 연합체 형성에 지도적 역할을 한 일본 난잔(南山) 대학교 종교문화연구소의 소개로 포티쿠스에서 종교대화 사
우리 사회가 원만히 돌아가는 데에는 ‘책임’이라는 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게는 가정 일에서 비롯되는 가장의 책임, 부모된 책임부터 시작하여 사회인으로서의 책임, 기업총수의 책임 등 무수히 많은 책임이 따른다. 박근혜정부가 구성될 즈음에 ‘책임총리’라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막중한 권력을 국무총리에게로 위임하거나 분담시켜 총리의 위상 강화로 효율적인 정부를 이끌어간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책임총리’라는 타이틀로 새 정부에서 초대 총리가 된 정홍원 총리는 정권 출범 초기에 박 대통령의 권력 분산의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2일까지 20일간의 일정으로 실시되고 있는 올해 국정감사가 끝나가고 있다. 한정된 시간에 620개나 되는 피감사 기관을 대상으로, 그것도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항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실속보다 겉치레라는 지적이 따른다. 증인과 참고인들이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1∼2분간 답한 경우도 허다했고, 밤늦게까지 대기하다가 돌아간 사람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부풀린 증인, 참고인이라는 말도 나왔고, 부실감사라는 말까지 나돈다.국정조사는 정부기관의 올해 정책집행에 대한 감사다. 그렇다면 심문은 기관장을 중심으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말이기에 천냥의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마음을 만져주는 말이기에 돈보다 귀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상당한 돈도 기꺼이 내지 않는가. 정말 감동적인 영화라면 돈 만 원쯤은 척척 낼 수 있는 게 우리네들이다.또 어른들이 하시는 교훈 중에는, 자식 낳아 키워보기 전에는 부모 마음을 절대 모른다는 내용도 있다. 꼭 부모 자식이 아니더라도 직접 그 위치에 처해보기 전에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상대의 입장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좋은 소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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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현 주필 어느 날 밤 자정은 다소 먼 시간, 밝은 달이 솟아 빌딩 위로 고개를 삐긋이 내밀었다. 가장 자리 일부가 약간은 이지러진 것으로 보아 음력 보름은 조금 넘긴 날이었을 것 같다. 꽉 찬 만월은 아니지만 계절이 가을인데다가 보기 드물게 맑은 날이어서 달이 밝고 환하다는 느낌이 특별히 덜 하지는 않았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도심 조각 공원의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것 같았지만 벌어진 손가락으로 눈을 가릴 수 없듯이 그것으로 시야가 가려지지는 않았다. 도리어 환한 달빛이 밝은 배경이 되어 빌딩과 나뭇가지는 그 윤곽이 더욱
박상병 정치평론가 서청원 의원, 그가 돌아왔다. 10여 년의 찬밥과 설움을 면치 못한 채 정치권 변두리를 돌고 돌다가 70대 원로의 몸으로 마침내 본가로 귀환했다. 떠날 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더니 귀환할 때는 모두가 숨죽이며 그의 귀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말 그대로 ‘친박원조의 화려한 귀환’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에 따라 어쩌면 새누리당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귀환에 무게가 실려 있을 뿐더러 시기적으로도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벌써부터 청와대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면, 새누리당에는 서청원
장순휘 한국호국문화선양 협회 사무총장 ‘화생방’이라는 낯선 용어가 민간인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38년 전 1975년이다. ‘민방위 기본법 제정 및 내무부 민방위본부 설치법(대통령령 제8078호)’에 근거하여 북한의 화생방 도발과 공격위협에 대비하여 화생방업무가 추진돼 왔다. 1984년 내무부 직제개정(대통령령 제1132호)에 의하여 화생방 전담기구가 설치되면서 일반직 공무원이 업무를 수행하던 직위에서 2년 이상 관련업무 유경험자 중 군(軍)출신을 우대하여 ‘별정직’으로 채용하여 전문성을 살려서 민방위 화생방분야가 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할머니로부터 “너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소녀가 있었다. 그런데 소녀가 열여덟 살이 되자 갑자기 앓아누웠다. 의사도 이유를 몰랐다.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는 이 소녀의 병은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부정적인 말이 원인이라며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명명했다.자기실현적 예언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부정적인 말을 듣거나 무시당하게 되면 실제로 더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인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와, 칭찬을 듣고 인정받으면 더욱 긍정적으로 변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명(明)이 임진왜란으로 망국의 위기에 몰린 조선을 구원하여 다시 일으켜 세워준 은혜라는 재조지은은 이후 모화(慕華)의식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이를 항왜원조(抗倭援朝)라 부르며, 한국전쟁에서 북한을 도와 참전한 항미원조(抗美援朝)와 나란히 우리를 크게 도왔다는 자랑으로 삼는다. 그러나 사실은 2차례 모두 전화를 중국으로 끌어들이기 전에 한반도에서 차단한다는 전략적 선택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끝난 후 조선의 지식인들은 존명(尊名)의식으로 무장하여 신흥세력 청(淸)을 적
박종윤 소설가 태상황의 묘 담에 구멍을 뚫어 문을 만든 조착을 죽이라고 청원했으나 조착의 보고를 미리 받은 황제가 불문에 붙이자 승상 진저는 가슴을 치며 분개했다. “그 놈을 먼저 죽여 놓고 나서 황제에게 건의할 것을 그랬구나. 허락을 받고 죽이려 한 내가 오히려 당했구나. 모두 내 잘못이로다.” 승상은 그것이 병이 되어 결국은 죽고 말았다. 그 뒤 조착은 한층 더 위세를 떨치게 되었다. 마침내 조착이 어사대부로 승진하자 제후들의 땅을 줄일 것과 속령의 몰수를 건의했다. 그 일은 몹시 중요한 일이어서 경제는 공경, 열후, 종친들을
이재준 언론인 백제의 고도 부여에 있는 궁남지는 우리가 자랑하는 고대 왕실궁원의 효시(嚆矢)다. 부소산 구아리 백제 궁궐에서 대로를 따라 남쪽 끝에 조영된 궁남지는 1400년 전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왕도 부여의 애잔한 잔영으로 남아 있다.무왕의 어머니는 궁남지에 살고 있던 과부였다고 한다. 그런데 자주 용(龍)이 나타나 과부와 사랑을 나눴으며 여기서 태어난 아들이 백제 무강왕이 됐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무왕은 효심이 깊어 어머니가 살던 궁남지를 더욱 아름답게 치장한 것인가.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무왕 35년(634 AD) 궁
종교개혁의 원인과 의미 되새겨문예혁명이라는 신사조 불러와다시 개혁의 대상이 된 종교현실높은 정신문화의 신세계 열어야 10월의 마지막 날은 종교개혁의 날이다. 여기저기서 종교개혁의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96년 전(1517년) 중세 가톨릭교회가 교황들의 부정부패로 물든 시기, 특히 베드로 성전 기금마련이란 제목으로 면죄부(免罪符, 죄를 면하는 대가로 돈을 받고 발행한 증명서)를 발행하면서 부패와 타락의 도는 극에 달했다. 이때 독일의 비텐베르크대학의 신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 신부는 비텐베르크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 활동이 많아지면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국제적인 기준에서 볼 때에 아직 우리나라의 ‘남녀평등 실현’ 수준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내놓은 ‘2013 세계 성격차보고서’에 의한 순위를 보더라도 명백하게 나타난다. 세계경제포럼이 남성과 여성이 세계 각국에서 얼마나 평등하게 대우받는지 조사한 자료로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교육 성취도, 보건 및 건강수준, 정치적 역량 발휘의 4개의 분야에 기초한 평가에서 한국은 136개국 중 111위를 차지했다. 자료를 보면 이 보고서가 발표된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