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말이기에 천냥의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마음을 만져주는 말이기에 돈보다 귀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상당한 돈도 기꺼이 내지 않는가. 정말 감동적인 영화라면 돈 만 원쯤은 척척 낼 수 있는 게 우리네들이다.

또 어른들이 하시는 교훈 중에는, 자식 낳아 키워보기 전에는 부모 마음을 절대 모른다는 내용도 있다. 꼭 부모 자식이 아니더라도 직접 그 위치에 처해보기 전에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상대의 입장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좋은 소식만 듣고 싶어 하는 우리들 귀에, 올해는 유난히도 ‘갑’ 또는 ‘횡포’라는 말들이 많이 들렸다. 이제 좀 사라졌으면 하건만 쉽지가 않다. 국정감사철을 맞아 특별히 갑과 을이 한 테이블에 앉긴 했는데 ‘동상이몽’의 비극이 따로 없다. 상대의 마음을 읽지 않으니 해결책도 찾아낼 길이 없다. 그동안 소위 ‘갑’들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파국이나 결렬을 각오해야 한다.

가장 현명한 일은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는 것이다. 한국GM, CJ프레시웨이, 매일유업 등이 비교적 빨리 논란을 해결한 예들이다. 그동안의 잘못이 크든 작든, 국민 앞에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에는 말끔히 개선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게 옳다. 지지부진 뒷말이 나오게 만드는 것은 당사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낭비를 초래하는 일이다.

아직도 유수의 대기업들이 삐걱대는 협상테이블에 위태롭게 앉아 있다. 변죽이나 울리며 시간을 끄는 대신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을’들은 괴롭다. 대기업의 한심한 발뺌이나 들을 만큼 생활이 한가하지 않다. 중재자로 나선 국회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같은 상에 앉아 두루미와 여우 이야기처럼 끝나는 모습은 너무나 우스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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