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 양력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이다. 개화바람이 불면서 조정에서 세력(歲曆)을 태양력으로 바꾸고, 연호도 양력을 세운다는 의미로 건양(建陽)이라 했다. 나라에서는 양력을 내세웠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음력을 따랐다. 양력을 쓰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음력 대신 양력을 강요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다. 설날을 구정이라 하여 못 쇠게 하고 양력 1월 1일인 신정을 지내도록 했다. 관공서도 신정에는 쉬도록 했다. 공무원들은 할 수 없이 신정을 쇠고 차례를 올리긴 했으나 보는 눈이 두려워 쉬쉬 하였다. 일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산동성 청도시에서 동북쪽으로 40여㎞ 떨어진 곳에 라오산(嶗山)이 있다. 황해의 아름다운 해변과 연접돼 웅장한 기세와 천변만화한 풍광을 자랑하는 이 산은 해상의 명산이라는 칭송을 듣는다. 당송팔대가의 선두인 소동파도 이곳을 다녀가며 ‘노산다은군자(嶗山多隱君子), 가망이불가견(可望而不可見), 노산에 숨은 군자가 많다 해서, 만날까 했더니 볼 수 없었네’라는 글을 남겼다. 부근의 왕가장진에는 송대에 지은 ‘장자암(庄子庵)’이 있었다고 한다. 홍수로 무너지자 명대에 중수하여 지금은 ‘수진암(修眞庵)’이라 부른다고
박종윤 소설가 원수를 피해 제나라로 가서 짐승 잡는 일을 하고 있는 섭정에게 한(韓)나라의 애후를 섬기던 엄중자가 찾아왔다. 그는 섭정과 사귀면서 자주 찾아가서 얘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원수에 대해 말하며 황금 백일을 내놓았다.섭정은 큰돈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리고 노모가 살아계시기 때문에 그 청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한다.세월은 흘러 섭정의 노모가 죽자 섭정은 위나라에 있는 엄중자를 찾아가서 도대체 원수라는 상대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그 원수 갚을 일을 시켜 달라고 청한다.엄중자는 자세하게 그 사
VOL.139
VOL. 98 김진호 화백
김명상 탓문화청산운동본부 대표영화 ‘명량’이 관객 수 1700만 명을 넘어 연일 기록 갱신을 하면서 어디까지 기록을 세울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반드시 동참해야만 할 것 같은 조바심 때문에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예매 자체가 어려운 주말 낮이 아닌, 아침 일찍이었음에도 전 좌석 매진은 물론 그나마 눈이 피로하다는 이유로 모두 꺼리는 맨 앞좌석도 겨우 구할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나이 많은 노부부에서부터 부모 손에 이끌려온 어린 꼬마까지 모두가 가슴 뿌듯한 표정으로 영화관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오길 참 잘했다
VOL. 97 김진호 화백
‘때’가 의미하는 게 여러 가지다. 대표적 용례를 들자면 ‘때를 알리다’는 뜻으로 쓰는 ‘시간이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이다. 또 ‘때를 기다리다’는 의미로서 사용되는 ‘좋은 시기나 알맞은 시기’인 바, 어느 뜻으로 사용되든지 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경험상 때를 놓쳐 후회해본 사람들은 호시기를 만나면 그 때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관계로 개인은 물론이고 집단과 국가에 있어서도 때가 알맞고 적당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던져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지난 1일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3월 창당 이후 가장 낮은 20.1%를 보였다. 이 수치는 지난주보다 2.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매번 여론조사 시마다 최저 지지율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니 새정치연합 당직자뿐만 아니라 일반당원들도 답답할 지경이다. 창당 시 37~38%를 보이며 한껏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던 제1야당의 정당 지지도가 불과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반 토막이 났고, 지지도 추락이 끝이 보이지 않는데 그 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분석부터 해봐야 할 것이다.원인은 여러
정라곤 논설위원·시인 가끔씩 연락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평소엔 자주 연락하진 못해도 환절기가 닥칠 때마다 안부라도 묻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이다. 가족 친지나 친구도 그렇지만 사회에서 통성명하며 알고 지내온 인연 중에 유난히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는데, 대개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거나 아니면 형, 동생처럼 지낸 친숙한 사이다. 그들은 퇴직해 뿔뿔이 흩어진 지금까지도 소식을 보내오면서 곁들여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근황들을 전해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직장에서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 그럴 만도 하겠지만 같은 직장이 아닌 경우는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프로레슬링은 스포츠가 아니라 쇼다.” 지난 1960, 70년대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프로레슬링은 장영철의 이 한마디로 급전직하, 무참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 말이 나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프로레슬링은 김일과 같은 영웅들이 일본 안토니오 이노키 등 상대 라이벌 선수 등을 링 위에서 통쾌하게 제압하며 최고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박치기의 명수’ 김일이 극적인 역전승으로 승리를 할 때는, 월드컵 4강 진출 못지않은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며 온 국민을 환호와 열광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일본
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한옥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유산이다. 한국의 마음의 흐름과 기질의 퇴적이 한옥이다. 다른 나라의 집들과 우선 다른 점은 인위적인 집이 자연적인 무위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이 다가온다. 인공적인 집에 자연성을 이토록 많이 들여놓은 집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질이다. 한옥은 홀로 빼어나지 않다.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선암사에 가 승선교에 아래 냇가로 가서 바라본 강선루를 바라보면 한국미의 또 다른 멋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하게 만든 반달모양의 승선교 아랫부분에 들어
한병권 논설위원 “어랏, 저게 뭐야?”주말이었던 지난달 30일. 잠실벌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 앞에서 일어난 돌출행동에 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프로야구 롯데 포수 강민호(29)가 심판진을 향해 2루 송구하듯 물병을 길게 집어던져버린 것이었다. 4위를 놓고 숨막히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두 팀이었다. 롯데는 LG에 2대 3으로 패했고, 사건은 그 직후 발생했다. 강민호의 손을 떠나 LG 덕아웃 쪽을 향해 투척된 물병은 1루석 쪽 관중석 그물을 맞고 떨어져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모습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동영상 사이트 등을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 등 9개 도시에서 열리는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에는 45개국 1만 3000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출전해 36개 종목에서 1454개의 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를 내걸고 있으며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알뜰대회
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E기업에서는 임직원이 모두 모여 자체 제작한 동영상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영상의 주제는 ‘직장에서 지켜야 할 매너’로 외부 손님이 방문했을 때 응접하는 방법과 전화응대 매너 등 직장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직장 내 매너와 에티켓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E기업이 동영상까지 만들어 직원들에게 직장 내 매너와 에티켓을 강조한 것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 바로 직장 내 매너와 에티켓이라는 점에 공감했기
내일김규은(1941~ )씨앗 속에는 내일이 산다 그 얼굴 기다려나는 지금 쪼그리고 앉아씨앗을 본다꿈을 꾼다[시평]씨앗 속에는 이제 발아를 해야 할 새로운 생명이 비밀스럽게 내장돼 있다. 그래서 모든 식물의 씨앗에는 이 생명을 키우기 위한 중요한 영양소가 가장 많으며, 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독성(毒性) 또한 함유돼 있다고 한다. 생명은 키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영양소를, 또 소중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성을 지닌 것이리라. 씨앗 속에 비밀스럽게 내장돼 있는 생명은 어느 의미에서 우리의 ‘내일’이다. 우리가
지난 8월 24일 법원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성부 건물과 모 교회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게시글을 봤다며 경찰청 112센터에 허위신고를 한 20대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재판부는 “만약 같은 시간대에 실제 위급한 재난이 발생했다면 이를 대처해야 할 전문 인력이 분산돼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 곤란했을 것이며, 공공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내용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공포와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중형의 이유를 판시했다.실제로 해당 허위신고로 60여 명의 경찰관과 10여 명의 소방관,
9월 1일은 천지일보가 첫발을 내디딘 지 다섯 돌을 맞는 날이다. 사시(社是-의식을 깨우는 정론, 화합과 상생의 주춧돌, 창조적 그린미디어, 문화강국 지향에 기여)가 말하듯 진실과 정의를 앞세운 중도(中道-옳은 길)의 길을 걷기를 나름 힘써왔다. 창간을 앞두고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이 시대가 필요로 하고 이 시대를 대변하는 언론 즉,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다. 인터넷이라는 현대문명의 이기(利己)는 삶의 질은 물론 인류의 문화 나아가 언론의 역할까지 뒤흔들며 새로운 역할의 설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하자면 문명의 이기는 순
VOL. 96 김진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