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한옥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유산이다. 한국의 마음의 흐름과 기질의 퇴적이 한옥이다. 다른 나라의 집들과 우선 다른 점은 인위적인 집이 자연적인 무위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이 다가온다. 인공적인 집에 자연성을 이토록 많이 들여놓은 집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질이다. 한옥은 홀로 빼어나지 않다.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선암사에 가 승선교에 아래 냇가로 가서 바라본 강선루를 바라보면 한국미의 또 다른 멋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하게 만든 반달모양의 승선교 아랫부분에 들어오는 건너편의 강선루를 보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강선루를 받치고 있는 기둥 중 하나가 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다.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러운 멋이 찾아내는 한국인 미의식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한옥이 가진 풍류와 그윽한 자연의 멋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생소한 풍경이다. 당연하고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한국인의 기질이나 습성, 그리고 미의식은 진정 독특하고 특별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성이다. 한옥은 국력의 약화와 함께 잊힌 건축물이었다. 한옥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우리 한국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적 세계에 눈 밝은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옥은 인위와 자연의 조화를 한 집 안에 들여놓은 건축물이다. 극단과 극단의 원리는 한국문화유산의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한옥은 1000년 이상의 오랜 기간 한국인의 기질을 반영해 완성된 집이다. 한국인의 기질이 집대성된 것이 한옥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인 면이나 환경에 의해 활동하기 쉽도록 변화하면서 완성된 집이다.

한옥은 완벽하게 계산에 의해 지어진다. 설계에 의해 나무를 마름질해서 조립하는 과학적인 면과 바람길을 만들고, 세상과 문을 열고 소통하며 자연의 한 부분으로 집을 지었다. 문을 열면 바로 자연과 만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설계된 집을 인간을 위해 교정한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다. 설계된 집을 지을 때 평탄작업을 한 다음 기둥을 세운다. 거의 마무리가 되면 대목장이 집을 바라보고 지붕선을 확인한다. 지붕선이 뒷산이나 큰 건축물이 있으면 정확하게 마름질 된 높이로 지었음에도 한쪽이 기울어져 보인다. 눈의 착시현상에 의해 기울어 보인다. 이것을 보정하는 것이 한옥이다. 정확하게 설계되고, 정확한 길이로 재단된 기둥에 의해 완성된 집이 기울어져 보이는 인간의 착시현상을 보정하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현대의 과학에 기초한 건축학자나 시공자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면이다. 하지만 한옥은 대목장이 이를 보정한다.

지붕이 기울어져 보일 경우 대목장이 마당에서 바라보고는 지붕의 양쪽 끝이 사람의 눈으로는 기울어 보이는 것을 조정한다. 한 쪽을 올리거나 높인다. 용마루가 기울어 보이는 것을 보정한다. 과학 위에 인본을 우선하는 것이 한옥이다. 한국인은 눈의 착시현상을 바로잡아주는 건축물을 짓는 민족이다. 이 외에도 앙곡, 귀솟음, 안허리곡, 오금법이라는 어느 나라에서도 실험하지 못한 건축술을 만들어낸 민족이기도 한다.

흔히 배흘림기둥이 사막이나 원거리에서 볼 때 기둥이 잘록하게 파이거나 끊어진 모양으로 보여 이를 보정하는 기법이라고 한다. 중동에서 발원해 유럽으로 전파된 배흘림기둥은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돼왔다. 하지만 한옥은 지붕이 처지게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귀솟음과 앙곡, 기와선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추녀 쪽에서 짧게 보이는 것을 바로 잡아주는 안허리곡, 기둥이 벌어져 보이는 것을 잡아주는 오금법 등 우리의 건축술은 독자적인 창조물이고, 과학 위에 서서 인간을 우선하는 건축술로 만들어진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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