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위원·시인

 

가끔씩 연락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평소엔 자주 연락하진 못해도 환절기가 닥칠 때마다 안부라도 묻고 싶은 그리운 사람들이다. 가족 친지나 친구도 그렇지만 사회에서 통성명하며 알고 지내온 인연 중에 유난히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는데, 대개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거나 아니면 형, 동생처럼 지낸 친숙한 사이다. 그들은 퇴직해 뿔뿔이 흩어진 지금까지도 소식을 보내오면서 곁들여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근황들을 전해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 그럴 만도 하겠지만 같은 직장이 아닌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 경우는 대개 과거에 특별히 신세져 감사함이 잊어지지 않거나 아니면 여러모로 존경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데, 여하간 그런 연유로 늦더위가 끝나 가는 무렵에 과거 직장생활을 할 때에 도움을 준 분에게 전화를 넣었다. 안부 차 전화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필자의 근황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해주니 내심 반가운 마음이 일고 안부전화를 잘 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필자가 중앙행정기관에 근무하던 당시에 그분은 법제처 법제관으로 봉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법제처는 정부 법제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하는 일들이 매우 중요한 기관인데, 필자가 관장하는 사무와 관련해 몇 차례의 법령 제·개정 과정에서 그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서울법대와 행정고시 출신인 그는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법제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도 많이 썼고 직장교육에서 법령 해석 강사로도 인기가 높았다.

그분이 법제처에 신설된 국가법령해석단의 초대 단장을 맡고 기자 인터뷰에서 밝힌 기사를 보면 위민정신이 진하게 묻어난다. “법령 해석만 제대로 된다면 국민이 법원의 문턱을 두드리는 일이 크게 줄어 들 것”이라는 이 말은 아무래도 공무원들이 갖가지 법 집행을 하면서 법령의 취지나 문구 해석에서 정확성을 기해 바르게 집행한다면 국민의 억울함이 해소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로 공직자의 법령 해석 무지를 탓하는 말 같이 들리기도 한다. 그 분이 행정법제국장 등으로 재직하다가 정년 전에 사표를 내고 최근까지 산하 단체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화 통화로 그간 평안하신지, 가족들의 안부까지 묻고 나서 근황을 물었다. 그는 지난 2011년 7월 정부의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출범한 법령정보관리원의 초대 원장으로서 3년간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사무실에 나온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필자가 필진으로 있는 천지일보와 뉴스천지를 자주 보고 있는데, 좋은 글을 많이 써서 독자들에게 선물하시라고 따뜻한 격려까지 해주니 조정찬 원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근래에 필자가 궁금하게 느끼고 있는 법령 해석과 관련된 내용, 법령 부칙(附則)의 기간적 유효성(有效性)을 물으니 존속력이 있다고 답해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도중에 그가 천지일보와 뉴스천지에 대해 관심이 큼을 느꼈다. 특히 천지일보의 사설과 평론, 여러 기사들이 광범위하면서도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해서 좋다는 말에 이은 끝부분에서 “내용이 알차고 객관적이어서 믿음이 간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래서 천지일보가 중앙 종합일간지로서 문화나 종교 부분 등을 특화해 종교·문화섹션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신천지 신문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어떤 신문사도 종교 기사는 가능하고, 특정 종교에 치우침 없이 여러 종교 기사를 다루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 필자는 천지일보의 기 보도내용 등을 통해 편집인이 신천지 교인인 것을 알았는 바, 그렇다고 해서 천지일보가 신천지에서 발행하는 신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것은 필자가 본지 논설위원으로서 1년 반 동안 사설, 아침평론 등 글을 써오면서 편집인, 편집국장 등으로부터 글의 방향이나 특정 종교적 입장을 강화해달라는 부탁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는 점에서다. 편집인 등이 신문사의 사시(社是)와 편집 의도에 따라 특정 분야를 요구하고 싶은 경우가 있음직한데도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필자 소신대로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로이 글을 쓰고 있으니 천지일보가 특정 종교를 대변하는 기관지는 명백히 아닌 것이다.

천지일보 창간 5주년에 즈음해 필자는 아침평론 81회째를 올렸고, 사설 266회째, 시사카툰 79회째 글을 섰다. 글을 쓰는 동안 본지의 훌륭한 사시를 되새기며, 담대하고 공평무사함으로 시시비비 가리는 올곧은 신문, 그러한 천지일보이어서 정말 좋다는 생각을 가진다. 본지와 인연이 닿기 전부터 브레이크뉴스 등에서 수많은 칼럼을 쓰면서 때로는 분개하고, 외로워했던 마음들이 이 신문에 올린 글로 존경하는 분에게 칭찬받았으니 위로가 된다. 정론직필(正論直筆)로 덧칠될 수 있는 세상일에 똑바로 마주하기, 그것이 필자가 치열하게 글을 쓰는 이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