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의미하는 게 여러 가지다. 대표적 용례를 들자면 ‘때를 알리다’는 뜻으로 쓰는 ‘시간이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이다. 또 ‘때를 기다리다’는 의미로서 사용되는 ‘좋은 시기나 알맞은 시기’인 바, 어느 뜻으로 사용되든지 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경험상 때를 놓쳐 후회해본 사람들은 호시기를 만나면 그 때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관계로 개인은 물론이고 집단과 국가에 있어서도 때가 알맞고 적당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던져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9월이 됐고, 그 첫날에 정기국회가 열렸다. 여야가 정치의 장(場)에서 주도권 잡기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헤게모니 쟁탈을 하느라 서로 밀고 당기기, 눈치 보기가 극심하다. 그런 정치권의 눈치 보기는 국민을 바라보기가 아니라 자기 정당의 이익이나 파벌이나 정치인 스스로의 편리를 위해 이전투구(泥田鬪狗)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기국회가 열렸으면 헌법과 국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여야가 민의의 전당에서 정치 현안을 논의하고 협상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야 마땅한데, 서로가 상대에게 양보하라며 목소리만 높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대혁신 법안, 민생 법안이 산적해 있다. 밤잠 자지 않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선진화법 제도에 안도하면서 걸핏하면 장외로 뛰쳐나갈 태세니 국민을 위한 마음 씀이 아쉽다.

국회의원을 선량(善良)이라 부른다. 본래 뜻은 뛰어난 인물을 뽑음, 또는 그렇게 뽑힌 인물인데, 국민이 선량으로 선택한 자들이 ‘위민(爲民)’의 뜻을 모른 채로 정기국회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며 국민에게 걱정만 끼친다면 금배지를 달 자격조차 없다고 할 것이다. 세상일에는 시기가 따르고 좋은 시간적 타이밍을 놓치면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물 들어올 때 배 띄운다’거나 ‘바람 불 때 연 날린다’는 말이 존재하게 되는 바, 때는 바야흐로 정기국회 시즌이라 선량들이 국민을 위해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호시절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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