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죽다가 살아났어요”라는 소비자의 증언을 가장 많이 듣는 공통된 자동차 결함은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다.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에서 주행하다가 갑자기 시동이 꺼진다고 상상을 해보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특히 초보 운전자나 경험이 많지 않은 여성 운전자의 경우 당황하는 것은 물론 공포감마저 갖게 마련이다.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면 브레이크 페달을 몇 번 조작하고 나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다. 운전대(핸들) 또한 작동은 되지만 평소보다 무겁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동차 결함 중 가장 중대하고 위험한 결함이 바로 주행 중 시동 꺼짐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애타도록 결함을 주장하지만 자동차 제작회사나 판매회사는 제대로 귀담아 듣기는커녕 후속조치도 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9월 2억 원이 넘는 고가의 벤츠 S63 AMG 4MATIC 차량이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데도 차를 교환해주지 않는다며 차 주인이 골프채로 차량을 부숴 화제가 됐다. 이러한 심각한 사태에 이르자 벤츠코리아는 차량을 교환해줬다. 뒤늦게 국토교통부에서 시동 꺼짐 원인규명을 위해 제작결함 조사에 착수하자 벤츠 독일 본사에서는 엔진 ECU(전자제어장치) 프로그램에 결함이 있다고 인정을 하고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강제적 리콜이 아닌 자백 리콜이 된 셈이다.

이러한 결함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방관하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한국 소비자를 얕잡아 무시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가져 볼 수도 있다. 리콜을 실시하더라도 차량 교환받기는 잔인스럽도록 어렵다. 정부에서 고시하는 현행 분쟁해결기준에서 차량 교환이나 구입가 환급 조건은 막연하기 짝이 없다. ‘차량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했을 경우’에 한정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아전인수(我田引水) 격 해석이다. 주행 중 시동 꺼지는 현상은 차를 세우고 재시동을 걸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는 현재 결함을 확인할 수 없고 점검을 해도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함 입증을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 간헐적인 결함이 나타날 때 소비자로서는 답답하고 짜증만 나기 일쑤다.

“저 차는 무서워서 탈 수 없으니 차를 교환해 달라”고 항의도 하고 하소연도 해보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 입장을 이해하면서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처음부터 교환은 불가하다는 방어막을 치고 나오는 것이 기본이다.

이러한 반복되는 행태가 고쳐지려면 관련 해결기준을 구체적이면서 자동차 교환조건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강화해 나가야 한다. 자동차 회사는 고객관리는 적극적으로 스스로 한다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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