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2007년 6월에 출고된 다목적 승용차 운전석 뒤쪽 휀다가 부식이 되어 자동차 제조회사 직영 정비사업소에 문의한 결과, 5년 10만㎞의 보증기간이 경과돼 무상으로 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소비자는 자동차에 전문지식도 없고 모르는 말만 해서 싸우기도 싫고 그냥 나왔다. 아는 사람과 소위 진상 고객한테만 휀다 부식 서비스를 해주고 조용조용히 넘어가는 사람은 해결도 안 해주는 자동차회사가 야속하기만 했다.

장모씨는 2006년 말에 구입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른쪽 뒷바퀴 바로 위에 부식이 일어났다. 주거주지가 바닷가도 아니고 항상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관리도 열심히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부식이 됐다. 차량사고나 다른 이유로도 차에 손을 댄 적이 없다. 뽑기를 잘못해서인지 내차만 이상이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차체에 녹이 발생하거나 부식이 진행되어 수리를 요구하는 많은 글이 한국소비자원, 자동차결함신고센터, 소비자단체에 아직도 쇄도하고 있다.

필자의 차량도 2008년 식에 주행거리 8만 8000㎞인데 뒷좌석 오른쪽 쿼터 패널(뒤 차바퀴 주변을 둥그렇게 덮는 패널. 휀더 패널이라고도 한다)에 좁쌀만 한 부식이 일어나고 있다. 여러 차종에서 쿼터 패널과 차 문을 열었을 때 발판 역할을 하는 스탭 패널에서 부식이 발생한다는 내용 등이다. 녹은 암처럼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부식으로 진행된다.

필자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차체 부식과 관련해 몇 개 차종의 조사를 실시했다. 원인을 살펴보면, 패널의 부식 방지를 위해 패널과 패널 사이에 실러(Sealer, 접착제 일종)를 바르는데 도포량이 미흡하거나 도포 범위가 짧아 틈 사이로 이물질 등이 침투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차종을 조사해 보니, 도장 공정 중 자동차의 부식 방지, 먼지와 습기 침투 방지를 위해 차체의 패널 연결 부분을 방청제로 도포하는 실링(Sealing) 과정에서 작업자의 부주의에 의해 방청제 도포 상태가 미흡했다. 그 부분으로 수분이나 이물질이 침투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 방안으로 작업자의 교육 강화 및 사람의 수작업이 아닌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공정을 변경했다.

이러한 하자는 소비자의 관리상 문제가 아닌 엄연한 자동차의 결함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회사는 염화칼슘이 있는 곳이나 바닷가의 염분으로 인한 발생이라며 소비자에게 먼저 책임을 돌린다. 국내 생산 차량의 경우 차체(Body)와 관련된 보증기간은 대부분 3년으로 되어 있으며, 녹 발생이나 천공에 대해서는 보증기간 언급이 없다.

외국계 완성차 1개 업체만 녹 발생은 3년, 녹으로 인해 구멍이 발생한 경우 5년 보증을 명시하고 있다. 일부 일본 수입차의 경우 차체에 구멍이 나는 경우 6년까지 보증을, 일부 독일 수입 차량은 차체에 천공이 발생한 경우 12년까지 보증하고 있다. 그만큼 차체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필자가 운영하는 ‘자동차품질연합’에서는 이러한 자동차 부식과 관련해 조사한 바 있다. 부식 발생시점이 5년에서 8년 사이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점과 차량내용연수 6년과 부품보유기간 8년을 감안했다. 또 차량의 품질 또한 과거 차량에 비해 월등히 향상됨에 따라 새로 출고되는 차종의 보증기간이 7년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했다. 부식관련 보증기간(무상수리기간)은 주행거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적용해 차량 생산일자부터 8년까지 보증기간을 신설할 것을 필자는 관계당국에 건의했다.

해당 부처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더니 결국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자동차의 외판(후드, 도어, 필러, 휀더, 트렁크 리드(테일 게이트), 도어 사이 실, 루프〕관통부식’에 대해 품질보증기간 5년을 2014년에야 신설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다.

관통부식이 되려면 녹 발생 후 부식이 한참 진행돼야 관통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통 부식이 아닌 외판 부식으로 바꿔야 한다. 품질보증기간도 5년이 아닌 8년이 되어야만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 갈 것이다.

오히려 보증기간 5년을 못 박으면서 자동차제조회사에게는 보증수리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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