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자동차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면 자동차 제조회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최근 나왔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이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2234만원을 배상하라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었다. 2011년 렉스턴 차량을 구입해 운행하던 중 2012년 화재가 발생됐고, 소비자는 자기차량 손해 보험금을 청구해서 2594만원을 보상받았다. 출고한지 1년이 경과하지 않았으며 주행거리도 8000㎞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판결이 주목을 받는 것은 자동차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반 소비자들이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이 전문성이 부족하고 자동차의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불리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소송비용과 민사소송이 오래 걸린다는 점 또한 걸림돌이 되어 쉽사리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던 ‘제조물책임법’은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1월에 제정돼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업자’에게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다.

결함은 통상적으로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유형은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경고·표시상의 결함이 있다. 자동차 선바이저나 취급설명서에 노란색이나 빨간 글씨로 유난히 경고표시를 많이 한 이유는 제조물책임법이 도입되면서 표시상의 결함을 사전에 면책하기 위해서다. 이 법에 의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는 소멸된다. 또한 제조업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제조물의 결함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해 이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의 규정에 의한다. 최근 법원판례의 경향은 결함과 인과관계에 대해 ‘사실상의 추정’을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상의 추정’은 실제 재판에 서 법원이 소비자가 제품의 특성을 잘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가 통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을 입증하면, 해당 제품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소비자가 출고 후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했음에도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하거나 피해를 입었을 경우 결함에 대한 원인규명과 결함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자동차 제조회사에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화재차량에 대한 법원의 배상판결은 시사되는 바가 크다. 향후 자동차 제조회사는 문제가 생기면 구차한 변명이나 해명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적극적인 원인규명과 피해 보상에 나선다면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기존에 쌓여있던 불신의 벽을 깨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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