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올해 9월 폭스바겐그룹은 미국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미국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맞추기 위해 차량 테스트를 받았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배출 저감시스템을 가동하다가 일반 주행 시에는 저감시스템이 조작하지 못하도록 엔진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혐의로 디젤 차량에 대한 리콜명령을 받았다.

차를 측정 장비 위에 올려 바퀴를 굴리는 실험을 하는데 ECU(전자제어장치, 사람의 두뇌에 해당)에 배출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를 입력하면 운전대(핸들)의 위치, 속도, 엔진가동시간, 대기압 등의 정보를 분석해서 차가 ‘테스트’ 중인지 ‘일반 주행’ 중인지를 구분하는 영리한(?) 장치인 것이다. 즉 검사나 테스트 중에는 운전대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테스트’ 중으로 인식을 하여 저감장치를 최대한 가동시켜 배출가스를 낮추고, 반대로 ‘일반 주행’으로 인식하면 장치는 멈춰서 배출가스가 많이 나오게 된다.

소비자들은 차를 구입할 때 연비(연료 1리터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차종을 선택한다. 이번 사태는 실제로 연비는 좋지만 배출가스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속인 게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대형차량인 버스, 트럭에 적합한 디젤 차량은 친환경, 고성능, 좋은 연비의 차량이 가장 이상적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듯이 연비도 좋고 배출가스도 적게 나오게 하는 것이 디젤 차량의 숙제인 것이다.

폭스바겐의 사기 디젤엔진(EA189)에 해당하는 차량은 전 세계적으로 1100만대에 이른다. 최근에는 10만여대의 휘발유차량도 배출가스 조작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 리콜을 시행하더라도 국내 소비자가 리콜에 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으며, 이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과태료 등을 부과할 근거도 없다. 정기검사도 도로 주행이 아닌 실내 조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불합격할 가능성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오존 농도의 증가는 추정대로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NOx) 배출 증가 때문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질소산화물은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로 폐렴 등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며, 매연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질소산화물이 늘어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디젤 차량의 비율이 3%에 지나지 않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차 19만대 중 13만대 즉 68%가 디젤 차량이다.

정부 당국의 환경 불감증과 제조회사, 수입차 판매회사의 무책임이 미세먼지 등의 오염을 심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인증시험은 정부 주도의 1개 기관에서 실시하는 것보다는 미국처럼 소비자단체와 대학시험기관이 연대한 검사창구를 신설해 경쟁성을 확보할 필요성도 있다.

리콜을 거부하거나 소비자를 기만해 판매하는 사업자에 대한 불매운동은 물론, 악의적이고 반사회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보상적 손해가 아닌 부당행위를 근절시킬 고액의 손해배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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