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장 비싼 韓사과 폭등에
맥 못추는 수입과일 관세 할인
수입국가 검역절차 8.1년 소요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통계청이 소비자물가 지수를 발표한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통계청이 소비자물가 지수를 발표한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6.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좀처럼 사과와 배, 감귤 가격이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국내 과일값 안정을 위한 ‘무관세’ 조치에도 오렌지와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수입 과일이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과일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과일에 할당관세를 적용했으나 과일 가격이 대폭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간 것이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집계에 따르면 바나나 다음으로 수입량이 많은 오렌지(미국 네이블)가격은 이달 중순 기준 10개에 1만 7723원으로 지난해 3월 중순(1만 6276원)보다 9% 가까이 올랐다. 

바나나와 파인애플도 같은 기간 약 4%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과일에 할당관세를 적용했지만 오히려 가격이 오른 건 생산비용이 올라가거나 작황이 좋지 않아 수입 전 가격 자체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산 오렌지 가격은 지난달 초순 1만 8477원에서 이달 초순 1만 6974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오렌지의 경우 지난 1월 19일부터 할당관세 적용으로 관세가 50%에서 10%로 낮아졌다가 이달부터 ‘제로(0)’으로 떨어져 가격이 대폭 낮아져야 하는데도 1년 전보다 가격이 높다.

할당관세 적용 직후인 1월 하순(1만 7430원)과 비교해도 소폭 오른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국산 감귤 가격이 상승하는 사이 수입 오렌지 가격도 꾸준히 올랐다. 미국산 오렌지의 올해 연평균 가격은 2021년 한 해 평균의 1.5배에 이른다. 오렌지 연평균 가격은 2021년 1만 1850원에서 지난해 1만 5731원으로 높아졌고 올해 1만 7477원이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농산 매장에서 바나나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제공: 롯데마트) ⓒ천지일보 2024.01.23.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농산 매장에서 바나나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제공: 롯데마트) ⓒ천지일보 2024.01.23.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19일부터 바나나(15만t), 파인애플(4만t), 망고(1만 4000t), 오렌지(5000t), 자몽(8000t), 아보카도(1000t) 등 6가지 과일에 할당관세를 도입했다. 이 할당관세 조치는 오는 6월 30일까지 적용된다. 할당관세 적용으로 관세율이 50%였던 오렌지는 이달부터 무관세가 됐고 바나나, 망고 등 나머지 5개 품목은 관세율이 30%에서 0%로 낮아졌다. 바나나 가격은 이달 중순 기준 100g 당 338원으로 1년 전(325원)보다 4% 비싸다. 무관세 적용 시점은 1월 중순(333원)보다도 높다.

바나나 연평균 가격은 2021년 297원에서 지난해 323원, 올해 329원으로 올랐다. 파인애플 1개당 가격이 이달 중순 7277원으로 지난해 3월 중순(7003원)보다 3.9% 높다. 다만 무관세가 적용된 시점인 1월 중순(8148원)보다 가격이 내려갔다. 파이애플 연평균 가격도 오렌지와 마찬가지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21년 6083원에서 지난해 7427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7933원이다.

반면 망고 가격은 많이 낮아졌다. 이달 중순 망고 1개 가격은 3667원으로 1년 전(5285원)보다 30.6% 내려갔다. 망고 가격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5000원~6000원 이상을 유지하다 할당관세 적용으로 지난 1월 하순부터 급격히 낮아졌다. 망고 연평균 가격은 올해 4839원으로 2021년(4961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5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모델이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홈플러스) ⓒ천지일보 2024.01.25.
25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모델이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홈플러스) ⓒ천지일보 2024.01.25.

◆정부 ‘과일값 잡기’ 할인지원도 ‘부족’

   온‧오프라인 유통家 연일 ‘반값’ 할인

   할당관세↓ 대체과일 가격 하락 유도

   이래도 ‘사과 수입’ 안돼… 검역 8.1년

정부가 바나나와 자몽, 망고 등 수입과일에 대한 관세를 낮춰 대체 과일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물량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과일 물가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사과 수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정부는 과일 가격이 물가 불안을 부축이는 만큼 연일 물가 관계 회의를 통해 ‘과일값 잡기’에 총력을 펼친다. 농식품부는 올해 설 성수기 690억원을 투입해 농축산물 할인행사를 지원한 데 이어 이달과 다음 달에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와 할인지원에 434억원을 투입한다.

1년에 한 번 생산되는 사과는 저장했다가 출하돼 생산량이 줄면 가격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햇과일이 나오는 7~8월이면 아오리‧홍로‧양광 순으로 사과 햇과일이 나오기 시작한다. 올해 작황이 양호할 경우에는 사과값은 지금보다 안정될 전망이다.

국산 사과값이 이른바 ‘금값’이 된 상황에서도 사과 수입은 막혀 있다. 수입금지 농산물인 사과를 수입하려면 수입국가와 검역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과는 과일파리가 유일될 가능성이 높아 이 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농산물 검역에는 그동안 평균 8.1년이 걸렸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농식품부는 참외‧수박 등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과채류가 본격 공급되면 사과‧배 수요가 분산되면서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할인 지원과 함께 할당관세 등을 활용해 수입 과일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다음 달 말까지 과일 관세 인하 물량 2만 톤을 추가 배정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가 할당 관세 물량을 받아 과일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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