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지수 41% 폭등, 석유류 하락 폭도 5.0%→1.5% 축소
신선식품지수 20%↑… 생활물가, 넉달 만에 상승폭 커져
정부 “농축수산물에 600억 투입… 체감가 40~50% 인하”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지난달 2%대로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다시 3%대로 올랐다. 또 둔화세를 보였던 생활물가지수의 상승 폭도 넉 달 만에 다시 확대됐다. 과일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최근 국제유가 불안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 3%대의 상황’을 엄중하다고 판단, 2%대로 안착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년=100)이다.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12월 3%를 웃돌았지만 올해 1월 2%대(2.8%)로 떨어졌고,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물가가 20.9% 올라 전체 물가를 0.80%p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변동 폭도 전월(-5.0%)보다 축소된 -1.5%에 그쳤다. 국제유가가 오른 영향이다. 이에 전체 물가 기여도는 1월 -0.21%p에서 -0.06%p로 줄면서 상대적으로 물가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서비스 물가는 2.5% 오르며 전달(2.6%)보다 상승 폭이 소폭 줄어들었다. 공공서비스 물가도 2.0% 오르며 전달(2.2%)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3.4% 올랐고, 외식 물가는 3.8% 오르면서 지난 2021년 10월(3.4%) 이후 28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작았다.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사람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깝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4.5%) 정점을 찍은 뒤 지난 1월(3.4%)까지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이 41.2% 오른 영향으로 20.0% 상승했다. 신선과일은 지난 1991년 9월 43.9% 오른 뒤로 32년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품목별로는 사과가 71.0% 올랐고, 귤도 사과 대체재로 소비가 늘어나 78.1% 뛰었다.
통계청은 “최근 상승세에 더해 지난해 작황이 좋아 과일값이 낮았던 점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선채소는 12.3% 올랐다. 이는 지난해 3월 13.9% 오른 뒤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물가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5% 상승해 전달과 같았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과실 등이 많이 오른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로 올라섰다”라고 말했다.
◆최상목 “물가상황 엄중… 2% 안착 총력”
한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 상황’과 관련해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하면서 물가 하향 흐름이 다소 주춤해졌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최 부총리는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오렌지·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비상 수급안정대책반을 즉시 가동해 품목별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는 서비스 물가와 관련해 “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현장점검 등을 통해 물가안정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특히 학원비의 경우, 지자체별 교습비 조정 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재계의 적극적 물가안정 동참도 촉구했다. 그는 “국제곡물가격이 하락해도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료가격 하락 땐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