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식 39개 품목 모두 상승
가공식품 오른 품목 ‘두 배’ 넘어
정부·소비자단체, 가격 인하 촉구
“유례없이 올린 식품가격 내려야”

​[그래픽=박선아 기자] 물가지수 1년·2년 전 대비 상승률
​[그래픽=박선아 기자] 물가지수 1년·2년 전 대비 상승률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안 그래도 먹고 사는 게 팍팍한데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다 보니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소득에 비해 물가는 높다는 기사도 있더라구요. 좋은 소식을 듣고 싶은데 물가가 높아진다는 얘기들만 나오니 힘을 내려고 해도 힘이 빠지네요.”

최근 장바구니 부담이 큰 상황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는 A씨(50대, 남)가 이같이 토로했다.

사과·배 등 농산물 가격은 강세를 유지하는 반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 부문을 구성하는 세부 품목 39개 중 전년 동월 대비 물가가 떨어진 품목은 없었다.

이 중 69.2%인 27개 품목은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3.1%)보다 높았다.

가공식품을 구성하는 세부 품목 73개 중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플러스(+)를 보이는 품목이 49개로 마이너스(-) 품목(23개)의 두 배를 넘었다. 또한 가공식품 품목 중 38.4%인 28개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치보다 높다. 가공식품 3개 중 1개 이상이 전체 평균치를 웃도는 셈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물가 수준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년 전보다 여전히 높다.

이처럼 지난달 40개 가까운 외식 세부 품목 중 물가가 떨어진 품목은 없고 가공식품도 물가가 오른 품목이 내린 품목의 두 배가 넘는 등 먹거리 물가가 크게 치솟았다가 최근 둔화 흐름을 보인다 해도 상승 폭이 다소 작아졌을 뿐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0.1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 오르는 데 그쳤다.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2022년 2월과 비교하면 19.0% 높은 수준이다.

피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9%, 2년 전 대비 12.7% 올랐고 자장면은 동기간 3.7%, 13.9%, 김밥도 6.4%, 17.1%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둔화하면서 큰 격차를 보였다.

우유 물가지수도 2년 전보다 15.9% 높은 수준이다. 소주(외식)와 라면(외식)도 1년 전보다 3.9%씩 올랐지만 2년 전 대비 각각 15.4%, 15.0% 높아지면서 10%p 이상 차이가 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지난달 가공식품 중 가장 많이 하락한 라면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8% 내렸으나 2년 전과 비교하면 7.4% 높은 수준이다. 스낵과자도 1년 전보다 2.4% 낮지만 2년 전보다는 11.7% 높다.

이에 소비자들은 최근 가공식품·외식 물가 둔화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혼자 자취하고 있다는 김은영(가명, 33, 여)씨는 “회사에 출근하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 같이 밥을 먹을 때 항상 가격을 먼저 살펴보게 된다”며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는 소리만 많이 듣는데 진짜 하루 자면 매일매일 오르는 것 같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 소비자단체 등 일각에서는 가격 인하 촉구에 나선 상태다.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간담회를 가지고 식품업계에 원재료가 내려간 상품은 가격 조정을 요청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가공식품은 에너지·인건비 등의 어려움에도 적극적인 협조로 8개월 연속 물가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기 인상된 식품 가격이 원자재가 인하에도 유지되는 것에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기업들의 경영 전략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원재료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얻어진 수익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밀가루, 식용유를 포함한 주요 식품기업들은 하락한 원재료 가격을 즉시 출고가와 소비자가에 반영해 소비자의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다른 여러 이유를 들어 한 번 올린 소비자가를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짧은 기간 내 유례없이 올린 식품 가격을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놔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소비자들의 부담은 날로 커지는데 일부 식품기업은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어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을 고려해 제품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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