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10㎏ 도매가, 사상 첫 9만원대
배 15㎏ 10만 3600원으로 상승세
영국 BBC “바나나 가격 오를 전망”
이상 기온에 공급변동·질병확산 탓
과실-소비 물가 상승률 격차 최대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과일·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사과·감 등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과일·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사과·감 등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6.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金사과’ ‘金배’ ‘金귤’ 등으로 불릴 정도로 사과와 배, 귤 등 과일 가격은 크게 오르는 추세다. 특히 사과 도매가격은 1년 만에 2배 넘게 뛰어올라 처음으로 10㎏당 9만원대를 기록했고 배도 15㎏에 10만원대를 넘어섰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사과(후지·상품) 10㎏당 도매가격은 전년(4만 1060원) 대비 123.3% 급증한 9만 1700원이다.

올해 1월 17일(9만 740원) 사상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했는데 같은달 29일 9만 4520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9만원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이달 6일(9만 1120원)부터는 9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도 전날 15㎏당 10만 3600원으로 10만원대를 넘었다. 이달 7일 기준 10만 120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 8월 19일(10만 1000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10만원대를 돌파했고 8일(9만 9060원), 11일(10만 60원)에 이어 10만 3000원대까지 상승했다.

중도매인 상회에서 소상인과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인 중도매가격인 도매가격 외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소매가격 역시 1년 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사과 10개당 소매가격은 전날 3만 97원으로 전년(2만 3063원) 대비 30.5%, 평년 대비 31.0% 높은 수준이다. 배 10개당 소매가격도 전날 4만 2808원으로 전년(2만 8523원) 대비 50.1%, 평년 대비 15.9% 비싸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과일값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수입되는 품목인 바나나값도 더욱 오를 전망이다. 영국 BBC는 이상 기온으로 바나나 공급 변동과 질병 확산세가 커지고 있어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는 전문가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연간 바나나 수입량이 50억개에 이르는 영국에서는 이미 일부 상점에서 바나나 부족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유통 업체들은 바나나 보관 센터에서 숙성 정도를 조절해 단기적인 공급 변동에 대처하는데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질병으로 장기적인 공급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 가능한 바나나 생산 및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유엔 산하 ‘세계 바나나 포럼(WBF)’ 전문가인 파스칼 리우는 “기후 변화는 바나나 업계에 엄청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기온이 오르면 곰팡이 ‘푸사리움 윌트 TR4’가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해당 곰팡이는 바나나 뿌리를 썩게 만드는 파나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바나나끼리는 유전자가 비슷한 탓에 하나가 파나마병에 걸리면 근처 모든 바나나가 병에 걸린다.

푸사리움 월트 TR4 포자는 홍수와 강풍 등 이상기후 환경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현재 남미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리우는 “푸사리움 포자는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홍수나 강풍을 매개로도 퍼질 수 있다”며 “따라서 이런 (기후) 현상은 일반적 기후 패턴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병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는 여기에 운송 비용·인건비 상승이 겹치며 바나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계자의 입장도 전했다.

이처럼 과일 가격이 계속 오르고 향후에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과일을 중심으로 한 장바구니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1991년 9월(43.7%)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컸는데 이는 그만큼 다른 품목에 비해 과실 물가 부담이 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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