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고공행진에 국제 유가 불안
수확철 전까지 강세 지속될 전망
“농산물 등 생활물가 높은 수준”
“물가상승률 3%대 상승할 수 있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과일·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사과·감 등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과일·채소류 가격 상승으로 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사과·감 등 과일이 판매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26.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연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 만에 2%대로 떨어졌으나 식료품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반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일 등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고 최근 국제 유가마저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탓이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올랐는데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동기간 2.8% 상승했다.

아울러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3.2%) 대비 0.4%p 하락했으나 식료품 물가는 0.1%p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넉 달째 6%대를 유지 중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과일값이 잡히지 않는 것이 식료품 물가를 견인하고 있다. 반면 전체 물가상승률에 있어 수산물 기여도는 0.02%p, 축산물은 0.01%p에 그쳤다.

지난달 과일 물가는 26.9% 신장했으며 이는 2011년 1월(31.2%) 이후 최대치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과일 물가 기여도도 0.4%p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과일 물가는 이상기온 탓에 생산량이 줄어 치솟은 과일값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과와 배 가격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최소, 최대를 제외한 평균치인 평년 도매가격과 비교해도 각각 89.5%, 51.2% 비싼 수준이다. 지난달 사과와 배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6.8%, 41.2% 뛰었다.

특히 작황 부진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치솟기 시작한 사과값 상승률은 작년 9월 56.8%, 10월 74.7%, 11월 56.8%, 12월 54.4%를 기록하고 있다.

사과 등 일부 과일은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수확 철이 오기 전까지는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워 과일 물가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체 과일 수요가 늘면서 감귤, 단감, 포도(샤인머스캣) 가격도 다 올랐다. 감귤 5㎏ 도매가격은 3만 4880원으로 전년 대비 112.9%, 평년 대비 143.4% 비싸다. 단감 10㎏은 6720원으로 전년·평년 대비 90.5%, 74.6% 올랐다. 샤인머스캣 2㎏은 2만 2300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4.7% 비싼 반면 평년보다는 6.2% 낮은 수준이다.

과채 중에서는 딸기 2㎏으로 전년 대비 60.9%, 평년 대비 70.0% 오른 4만 700원이다. 방울토마토 1㎏은 9072원으로 53.4%, 62.6% 비싸다.

과일 가격 급등으로 인해 지난달 신선과일 상승률은 28.5%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월(31.9%)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다.

과일 물가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육기간이 짧은 채소와는 달리 과일은 작황 등 여건이 1년 단위로 이어져 단기간 내 가격이 내려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일 외 우유·치즈·계란(4.9%), 채소·해조(8.1%), 과자·빙과류·당류(5.8%) 등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도 모두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일 물가를 비롯해 먹거리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 유가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달러까지 떨어진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등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지면서 82.4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2월 유가가 하락세를 기록한 기저효과도 다음달 물가지수 상승 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무기한 연장할 수 없다는 점도 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유류세는 지난 2021년 11월 6개월 한시로 도입돼 7차례 연장됐다. 정부는 고유가 등을 이유로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2·4개월 단위로 늘리기도 했다.

다만 이달 말인 29일 종료되는 유류세 조치는 유가 불확실성 영향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오를 것을 내다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2~3월 물가상승률이 다시 3% 안팎으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농산물 등 생활물가도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물가 전망 경로상 지정학적 정세,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같은날 오전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점과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다소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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