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은 기가 막히기도 하고 겁도 났다. 그래서 옆에 있는 큰 소나무에게 판결을 해달라고 했다. 소나무는 나무 중에 제일 공평해서 ‘나무 목(木)’ 자에 ‘공평할 공(公)’ 자를 써서 ‘소나무 송(松)’이라고 한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나무가 “잡아먹으시오.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이야. 우리가 사람에게 해코지한 일이 없었는데, 도끼와 톱으로 베고 쪼개서 집을 짓고 관도 만드니, 얼마나 못됐어. 잡아먹는 것이 옳소”라고 했다.
겁이 덜컥 난 그 사람이 큰 바위에게 호소했다. “바위는 산에서 제일 엄정하기 때문에, ‘메 산(山)’ 자 밑에 ‘엄할 엄(嚴)’ 자를 써서 ‘바위 엄(巖)’이라고 하니, 엄정하게 판결해주시오.”
그런데 바위도 “잡아먹으시오! 산속에 가만히 있는 우리를 망치와 정으로 깨뜨리고 부숴서 주춧돌과 깔개 벽돌로 만드니, 우리의 공동적이오” 했다.
의기양양해진 호랑이가 “이제 그만 승복하는 게 어때? 누구에게 물어도 내가 옳다고!”라고 말했다.
그때 마침 여우가 지나갔다. 다급하게 여우에게 판결을 부탁했고, 호랑이도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승낙했다. 여우가 “재판이라는 건 한쪽말만 듣고서는 판단할 수 없으니 어떤 상황이었는지 재연해 보죠.”
호랑이가 얼른 함정 안으로 뛰어들며 “자, 보라고. 내가 이렇게 빠져서 죽을 뻔했어. 마구 소리를 지르니까 저 사람이 구해준 거지.” 여우가 사람을 향해 눈을 찡긋하더니 “아, 그래요? 그럼 그대로 계시오. 사람은 가던 길을 가고!”
여우는 꾀도 많고 의심도 많은 동물이다. 호가호위처럼 호랑이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힘이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 심수는 동이족이 세운 은나라가 숭배했던 별이다. 심수의 심은 ‘마음 심’이다.
청룡의 심장 역할을 하며 현명하고 지혜로워 상벌을 잘 판단하지만, 부하별이라곤 ‘적졸(친위대)’밖에 없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혜를 써서 주변을 감복시키고 다스리는 임금 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남의 옥구, 려산 함열, 고산지역이 심수와 관련이 깊다. 심수를 수호 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 심수를 바라보며 나를 잘 지켜달라고 부탁도 하고, 잘 되게 해달라고 응석도 부려보며 기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