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고 약삭빠르며 임기응변에 강해”

▲ 매일 쌀을 훔쳐 먹어서 미안해. 하지만 옛날에 불과 물을 가르쳐 줬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림_박순철 화백)

▲ 건원 윤상철 선생
옛날 옛날에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뒤 사람을 만들어 그 대표자로 살게 하셨다. 사람들이 물과 불을 얻지 못해 고생하자, 하느님이 당신의 아들을 보내 해결하게 하셨는데, 지상에 내려온 하느님의 아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물과 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쥐를 잡아다가 심문했다. “네가 이 세상에서 오래 산 동물 중에 가장 똑똑하다니, 물과 불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이다. 물과 불이 있는 곳을 말해라.” 그러자 쥐가 “만약 그것을 가르쳐주면 저에게 무엇을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나를 상대로 협상을 하려 하다니, 당돌하군!’ 하면서도, 빨리 해결하고 하늘나라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래, 네 소원대로 사람들의 창고는 모두 너에게 맡기마.” 하고 쥐가 해달라는 대로 약속을 해 버렸다.

쥐가 신나서 말했다.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 불이 돌 속으로 숨었으니, 돌끼리 부딪치면 불이 나올 것입니다. 또 물은 땅속으로 숨었으니, 땅을 파면 물이 나올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불과 물을 찾아준 하느님의 아들은 하늘나라로 금의환향했지만, 이 협상 덕에 쥐는 사람들의 창고를 마음대로 뒤져 먹으면서 사람들을 괴롭히게 됐다. 쥐는 주둥이가 송곳처럼 뾰족해서 구멍을 잘 판다고 해서 추서라 하고, 오래 산다고 해 노서라 하며, 의심이 많아서 구멍에 머리만 내놓고 한참을 살핀다 하여 수서라고도 한다.

그래서 이쪽으로 붙을까 저쪽으로 붙을까 망설이는 사람을 보고 ‘수서양단(首鼠兩端)한다’고 한다. 또 쥐를 식용으로 기르는 사람들은 ‘집 안에서 키우는 사슴’이라고 해서 가록(家鹿)이라고도 부른다.

쥐는 생활력도 강하고 번식력도 단연 최고다. 똑똑하고 임기응변에 강하고, 위험이 많은 곳에 이익도 많다는 것을 알아 사람 옆에 붙어산다.

물과 불을 한 번 가르쳐준 것으로 몇 천 년이 지나도록 로열티를 받아먹는 쥐도 미안하기는 했는지, 해가 떠서 사람하고 얼굴을 부딪칠 염려가 있을 때는 숨었다가 해가 지면 활동하고, 혹 사람을 만나면 고맙다고 앞발을 모아 인사를 한다고 한다.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당을 관리하며 제사를 주관하고, 초상이 났을 때 상례를 주관하는 허수의 수호신장으로 적합한 것이다. 허수는 28수 중에 가장 먼저 태어난 별자리이기 때문에, 북방칠수의 중심이자 28수의 중심이다.

▲ ‘허수’와 주변별들
5월 29일 새벽 두 시에 남쪽 하늘에 여수가 뜨는데 그 바로 오른쪽에 뜨는 두 개의 주황색 별이 바로 허수이다. 쥐띠 중에 음력 5~8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허수가 수호별이다.

이 사람들은 허수를 닮아서 영리하고 약삭빠르며 임기응변에 강하다. 리더쉽도 있고 호기심이 많으며 저축을 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남의 칠곡군 영일군 금릉군 영천군 의성군 등과 관련이 깊다. 허수를 수호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서 기운을 받을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