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수’ 수호신장

▲ 건원 윤상철 선생
함경도 회령의 오제암이라는 마을에 최 씨가 천하장사를 사위로 맞아들였다. 그 딸이 첫날밤을 지내려는데 서방한테서 노린내가 너무 나서 같이 잘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한 딸이 서방의 입과 양쪽 겨드랑이, 그리고 양쪽 다리가 시작하는 사타구니 안쪽에 주머니를 만들어 냄새를 막았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눈을 떠보니, 웬 털북숭이 수달이 자기가 만들어 묶어놓은 다섯 개의 주머니를 매달고 자고 있었다. 최 씨 딸이 그 주머니에 긴 실을 매달았다가 아침이 되어 실을 따라 가보았더니, 백두산 천지에 실이 연결되어 있었다.

실을 잡아당겼더니 수달이 밖으로 나오다가 깜짝 놀라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아들을 낳았는데, 피부가 노랗고 털이 많으면서 수달처럼 노린내가 났다. 그래서 이름을 ‘노래치’라고 지었는데 남 유달리 헤엄을 잘 치고 물속에서 아주 살았다.

그러던 중에 경흥에 사는 이 씨의 꿈에 백두산 천지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용이 보였다. 백두산 산신령이 나타나서는 “저 용은 오랫동안 수도하던 수달이 용이 되어 승천하는 거다. 수달이 살던 천지의 밑바닥에는 용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데, 용 바위의 왼쪽 뿔에 조상의 유골을 걸어 놓으면 중국을 다스리는 왕이 태어날 것이고, 오른쪽 뿔에 조상의 유골을 걸어 놓으면 조선의 왕이 태어날 것이다”라고 했다.

잠에서 깬 이 씨가 아버지의 유골을 짊어지고 백두산의 천지에 이르렀지만, 천지의 웅대함에 질려서 물속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퍼런 물이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는데다가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물이 찼다. 그곳에서 놀던 노래치에게 꿈속에서 신선이 들려준 말을 하면서 “나는 내 후손이 조선의 왕만 하더라도 감지덕지일세”하고는 반대로 말했다.

잠시 후 물속에서 나온 노래치가 웃으며 “당신 가문이 중국의 왕이 되도록 했습니다. 나야말로 조선의 왕만으로도 감지덕지하거든요. 이것을 인연으로 앞으로 우리 두 가문이 영원히 잘 지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 ‘벽수’와 주변별들
그 후로 노래치의 후손은 중국에 들어가서 청나라를 건국했고, 이 씨의 후손은 남으로 내려가서 조선을 건국했다고 한다. 우리가 북방의 이민족을 오랑캐라고 했는데, 최 씨 딸이 수달의 몸을 주머니로 감쌌다고 해서 다섯 개의 낭(주머니)을 맨 개(수달)라는 뜻으로 오낭개라고 했다가 차차 ‘오랑캐’로 불렀다고 한다. 또 청나라 태조인 누루하치도 자기 선조인 노래치처럼 힘이 세고 사냥을 잘했다고 해서 노래치라는 이름을 그대로 썼다고 한다.

북방칠수의 마지막 별자리인 벽수는 수달의 정기가 올라가서 다스린다고 한다. 6월 19일 새벽 세 시에 남쪽 하늘에 여수가 뜨고 그 오른쪽으로 허수 위수실수 벽수가 나란히 뜬다.

돼지띠 중에 음력 7~12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벽수가 수호별이다. 이 사람들은 벽수를 영리하고 부지런하며 정이 많다. 틈나는 대로 저축을 잘 하고 지내기 좋은 장소를 잘 선택하며 인내심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북 강원도 지역인 화천군 통천군 김화군 이천군 등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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