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수 수호신장

▲ 건원 윤상철 선생
이리는 사냥을 갈 때면 거꾸로 물구나무섰다가 넘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리가 점을 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런 점이 맞는다는 것도 그렇고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이리의 점치는 능력이 의외로 탁월하다고 한다. 그렇게 점을 쳐서 이리가 사냥하러 간 곳에는 짐승이 많기 때문에 사냥꾼이 이리를 만나면 “오늘 횡재했다”고 하면서 무척 기뻐한다.

이리를 보고 좋아하는 것은 사냥꾼뿐만이 아니고, 집을 지으려고 재료를 구하는 목수들도 좋아한다. 이리가 좋은 나무를 신통하게 알아서 자신의 영역표시를 하기 때문에 이리가 물어뜯은 흔적이 있는 나무를 보면 “기둥감이 생겼다”고 하면서 무척 기뻐한다는 것이다.

이리는 감각이 발달하고 청력이 좋으며 정열적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다. 영감도 뛰어나서 점도 잘 치고, 장난기도 많은데다 조상을 경배해서 제사를 지낼 줄도 알고, 여러 마리가 연합해서 자기보다 힘센 호랑이를 굴복시키는 용맹성과 기지도 있다.

물론 틈만 나면 먹을 것을 추구해서 쉴 새 없이 사방으로 사냥을 나가고, 먹고 또 먹는 일을 계속해서 결국 턱살이 늘어져서 잘 걷지 못하게 되는 미련함도 있다. 병사들을 잘 모아서 조련하는 것이 단체로 협동하며 용맹하게 싸우는 이리와 같고, 옛 선조들의 학문을 잘 정리해서 공부하는 것은 이리가 시제수(豺祭獸)를 지내며 조상을 잘 모시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서방칠수의 첫 별인 ‘규수’를 수호하는 신장으로 선택되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송나라 태조 때 규수에 목화토금수의 오성이 모여서 기운을 모으자, 주돈이・소강절・정자・주자 등등 뛰어난 학자들이 태어났다고 해서, 규수를 학자의 별로 우러러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왕립도서관인 규장각의 ‘규’자를 규수의 ‘규’자로 써서 공부한다는 뜻을 살렸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규수를 보고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빌어볼만 하다.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일과 학문을 하는 일, 그리고 관개수로 등 물길을 제어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 규수는, 별이 밝으면 평안하고 현인이 많이 배출되고, 어두우면 홍수나 병란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다고 한다.

▲ 규수 주변별들
개띠 중에 음력 1월~6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규수가 수호별이다. 이 사람들은 규수를 닮아서 순간적인 기지가 뛰어나고 판단을 잘한다. 때로는 과격한 면도 있고 식탐도 있지만, 주변과 협동적이고 마음에 들면 정열적으로 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북의 남부지역인 안흥 태안 서산 해미 홍성군 당진군 예산군 아산군 청양군 천안군 등과 관련이 깊다. 규수를 수호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서 기운을 받기를….

6월 26일 새벽 6시 30분에 남쪽 하늘에 뜨는 열여섯 개의 주황색별이 바로 규수다. 새벽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규수가 수호신장인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남쪽을 향해서 “나 공부 잘 하게 해주세요!”하고 빌면 빙그레 웃으면서 소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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