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력 좋으며, 욕심·꾀 많아”

▲ ‘저수’의 수호신장인 저토학 (그림_박순철 화백)

▲ 건원 윤상철 선생
황해도 장연군 용현면에는 마치 소가 여물을 실컷 먹고 편히 누워서 쉬는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누울 와(臥)’에 ‘소 우(牛)’를 써서 臥牛形(와우형)이라고 불리는 명당자리가 있다.

어떤 부자가 세 형제를 남겨놓고 죽었는데, 지관이 와서 묏자리를 살피다가 이 와우형 묏자리를 보고는 ‘정말 좋은 명당자리’라고 연신 혼자 감탄을 하더니 “이 자리가 좋긴 좋은데, 견딜 수가 없겠구나!”하며 고개를 돌렸다.

삼형제가 “좋은 자리면 좋은 자리지, 견딜 수 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자리에 아버님을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지관이 세 형제의 얼굴을 주욱 둘러보다가 막내아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막내 얼굴을 보니 견딜 수는 있겠구먼. 그럼 나하고 약조를 하세. 묏자리를 여기에다 쓰되, 절대로 다른 곳으로 이장하면 안 되네. 그리고 정 이장하려면 막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말일세.”

실은 그 자리는 천 년 묵은 너구리가 살던 곳이라 너구리로서는 자기 보금자리를 뺏긴 셈이다. 그래서 죽은 아버지로 둔갑해서 밤마다 삼형제를 찾아다니며 “너희가 나를 묻을 데가 없어서 하필 그런 자리에 묻었느냐? 너희가 쓴 자리가 천 년 묵은 너구리가 살던 곳인데, 날마다 나를 괴롭혀서 견딜 수가 없으니 어서 빨리 이장을 해다오”라며 괴롭혔다.

이후 막내가 기지를 발휘해 너구리를 잡자 더욱 부자가 된 것은 물론이고 3대가 연달아 과거에 합격하며 잘 살았다고 한다.

너구리는 의뭉스러우면서도 지기 싫어하고 한꺼번에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는 대식가이다. 은혜를 갚을 줄도 알고 살기 좋은 명당을 잘 잡아서 어느 정도 게을러도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미리 갖추는 동물이기 때문에 하늘나라에서도 임금이 편안하게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좋은 휴식처를 물색하고 비서나 후궁이 돼 임금을 보좌하는 저수의 수호신장이 되었다.

▲ ‘저수’와 주변별들
4월 3일 새벽 두 시에 남쪽 하늘에 뜨는 네 개의 주황색별이 바로 저수이다. 동방칠수는 용을 상징하는데 저수는 용의 가슴에 해당한다.

토끼띠 중에 음력 1~4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저수가 수호별이다. 부탁해도 좋고 나를 잘 지켜달라고 응석을 부려도 잘 들어준다. 이 사람들은 저수를 닮아서 주변에 친화력이 좋고, 욕심도 많고 꾀도 많으며, 어디를 가더라도 지내기 편한 곳을 잘도 찾아 움직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남 및 전북의 서쪽, 즉 연산 진잠 노성 은진 공주 부여 서천지역이 저수와 관련이 깊다. 저수를 수호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서 기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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