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고 임기응변 뛰어나지만 궁금한 것 못 참아

▲ 자라를 뛰어넘는 토끼 (그림_박순철 화백)

▲ 건원 윤상철 선생
토끼가 별주부(자라)의 꼬임에 넘어가 용궁에 들어갔다가 간신히 살아나왔지만, 토끼의 까불대는 성격은 고쳐지지 않았다. 죽다 살아났으면 자숙할 만도 한데 곰을 만나자마자 허튼짓을 하며 까불대다가 마침 하늘을 배회하며 먹잇감을 찾던 큰 수리에게 잡혔다.

어찌어찌 기지를 발휘해 간신히 탈출했지만 하필 떨어진 곳이 모래와 돌만 있는 섬이었다. 굶주려서 죽어가고 있는데 마침 자라가 물 위에 떠서 노는 것이 보였다.

다행이라 생각한 토끼가 자라를 향해 “외톨이로 왕따 당하고 친척도 없으니까 혼자 노는구나?”라며 약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라가 “우리 형제친척들이 엄청나게 많아. 다 모이면 이 넓은 바다도 덮을 정도인데, 내가 왜 외톨이냐?” 하고 화를 냈다.

그 말에 토끼가 “웃기네! 네 친척이 그렇게 많다면 한 번 불러서 바다를 덮어봐라. 못하지?” 하고 또 약을 올렸다.

화가 난 자라가 친척들을 모두 불러 바다를 덮게 했다. 그러자 토끼가 “좋아! 몇 명이나 되는지 내가 지나가면서 세어보지” 하더니 물 위에 떠있는 자라 등을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한 놈이라, 두 놈이라…. 아차! 애들이 기분 나빠서 돌아가면 안 되지. 옳지. 한자로 말하면 무식해서 못 알아들을 거야! ‘놈’ 대신 ‘놈 자(者)’ 자를 써야지. 험험! 세어볼까! 일자(一者)라, 이자(二者)라, …, 천자(千者)라…, 만자(萬者)라. 역시 못 알아듣는군. 무식한 것들.”

이렇게 자라 위로 깡충깡충 뛰다가, 드디어 육지로 폴짝 뛰어내려서 간신히 살게 됐다. 자라는 ‘별(鼈)’이라고 불리다가 이때부터 ‘자라’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토끼는 호기심이 많고 으쓱대며 자랑하는 것을 좋아해서 촐싹대는 편이다. 또 번식력이 강해 한 배에 2~8마리씩 낳고 임신기간이 약 1개월로 짧아서 1년에 몇 차례나 새끼를 낳는데다 특별한 발정기가 없어서 플레이보이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모였다 흩어지기를 잘하는 측면에서 청룡의 위(밥통)에 해당하고, 임금과 신하들이 정치하기 위해서 모이는 방(명당)을 상징하게 됐다.

▲ ‘방수’와 주변별들
4월 10일 새벽 세 시 반에 남쪽 하늘에 뜨는 네 개의 주황색별이 바로 방수이다. 동방칠수는 용을 상징하는데 방수는 용의 위에 해당한다.

토끼띠 중에 음력 5~8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방수가 수호별이다. 부탁을 해도 좋고 나를 잘 지켜달라고 응석을 부려도 잘 들어준다. 이 사람들은 방수를 닮아서 영리하고 임기응변에 뛰어나지만,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병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남의 비인, 용안, 임피, 만경, 부안, 진산지역 등이 방수와 관련이 깊다. 방수를 수호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면 기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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