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전통 갖신과 짚신을 모방해 제작된 고무신은 1916년 일제식민지 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저렴한 가격과 질긴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고무신은 오래 신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고무신은 당시에 고무제품으로는 신발류가 유일한 생산품이었다. 또 갖신이나 당혜·짚신보다 방수가 잘돼 실용적이었으며, 가격도 미투리가 25전인 데 비해 40전으로 저렴했다.

고무신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일본의 신발업자들이 조선에 들어와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수천 년 동안 서민이 신던 짚신은 점차 사라지고, 고무신은 수요 증가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조선에서 최초로 고무신을 신은 황제는 순종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선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고무신은 값이 저렴하고 편하며 오래 신을 수 있는 장점뿐만 아니라 황제, 양반, 상인, 백정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겨 신었기 때문에 신분을 가늠할 수 없는 신발 즉 ‘평등의 신발’이었다.

1960년대 서울 변두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리나라 대표 만화 ‘검정 고무신’도 한 시대를 풍미한 고무신의 ‘평등함’을 가미한 추억의 만화다.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 집안의 두 아들인 초등학생 기영이와 까까머리 중학생 기철이가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 가난한 환경도 가족 간의 사랑으로 이겨내는 메시지를 담아 국민에게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한편 1960년경부터 발의 피부와 위생적인 측면을 고려해 제작된 운동화와 서양에서 들어 온 구두가 생활화돼 고무신은 점차 사라졌지만, 여전히 고무신은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비록 ‘변심’했을 때에 사용되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부분도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자 했던 1900년대 당시 국민의 필수품 ‘고무신’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진정한 고유문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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