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조각옷보. (조각보갤러리 박시은 대표 작품)

알뜰함이 빚어낸 또 다른 보자기, 우리네 아름다운 민속문화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무규칙과 무기교의 조합은 단아함과 화려함으로 탄생해 마치 아티스트의 예술철학을 담고 있는 듯하다.

의도하지 않은 듯한 색채배합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독보적인 감각을 살리고 있다. 이 모든 설명이 바로 조선 시대 어머니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들었던 ‘조각보’다.

20세기 최고의 추상화가 몬트리안의 디자인과 흡사하지만 더 앞선 미적 감각으로 환상적인 색채비율과 공간미학을 살린 조각보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민속문화로 자리 잡았다.

천이 귀하던 시절 옷감을 가져와 옷을 다 지으면 남는 자투리 천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던 우리네 어머니들.

지금이야 가방에 물건을 담는 문화가 보편화 됐지만, 옛날만 해도 보자기에 물건을 담는 것이 일상이었다.

담을 물품이 귀한 것일수록 여러 장의 보자기로 겹겹이 쌓았던 풍습은 천이 귀하던 시절에 조각보는 매우 획기적인 보자기였다.

 

▲ 명주바둑판보. (조각보갤러리 박시은 대표 작품)

쌀 한 톨, 콩 한 쪽도 아끼며 살아가던 옛날 여인들의 삶의 소소한 일상 속 조각보의 연출은 알뜰한 살림살이 습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알뜰함이 그대로 담겨 있는 조각보는 섬세하면서도 따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어 매우 정감이 간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조각보를 보며 종종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조각보가 보여 주는 예술성을 높이 칭찬하며 새로운 아티스트 탄생을 고대하는 것인데, 이 물음의 답은 단 한 사람을 지칭할 수 없다.

바로 옛 어머니들 모두가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조각보의 탄생은 어려운 시절도 지혜롭게 아름답게 극복해 내는 선조의 지혜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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