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의 땀과 정성으로 탄생하는 숨쉬는 그릇 ‘옹기’. (사진제공: 제주옹기마을)
[천지일보=김성희 수습기자] 생명을 잉태하는 흙, 여기에 우리 조상들이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자연 속의 흙 물 불 바람을 통해 빚어낸 그릇인 ‘옹기’는 소박함이 묻어나는 우리 민족의 전통용기다. 이 옹기에는 빚는 사람의 정성과 땀이 서려있다.

옹기는 백자나 청자처럼 고급스럽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진 않지만, 소박함이 묻어나 어디든 어우러지는 멋이 있다. 또 무엇이든 담아내는 넉넉함을 가진 용기가 바로 옹기다.

우리민족은 이 옹기를 통해 자연을 이용하는 법과 하나가 되는 법을 배웠다.

돌과 불순물을 제거한 깨끗하고 찰진 진흙을 빚어 모양을 만들고, 자연의 바람에 말린다. 이후 참나무를 태운 재에 부엽토나 황토를 섞은 잿물을 입혀 다시 완전히 말리고 나면 마지막 인고의 과정이 남는다.

가마 속에서 1200도 이상의 뜨거운 고온을 견뎌내야만 비로소 옹기로 탄생한다. 만드는 이나 만들어진옹기 모두 생명을 얻는 순간이다.

옹기를 빚는 장인들은 한 목소리로 ‘자신의 혼을 불어 넣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옹기는 미세한 숨구멍이 있어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옹기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공기와 수분이 조절돼 미생물의 운동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발효음식을
저장하는 데 탁월하다.

또 가마 안에서 구울 때 나무가 타면서 생기는 검댕이가 옹기에 입혀져 방부제 역할을 해 곡물이나 음식물이 잘 썩지 않고 오래 보존된다. 쓰임새 또한 다양해 주인의 입맛에 맞게 집안 곳곳에 사용되는 것도 옹기가 가진 장점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은 큰 그릇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로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 담긴 사자성어다. 사람의 마음을 그릇에 비유했다면 마음이 넓은 사람은 땀과 정성으로 인고의 시간을 거친 ‘옹기’같은 사람이 아닐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