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쇄원 오곡문 (사진제공: 담양군)

 

소쇄 양산보 선생의 올곧은 선비정신 담은 별서정원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자연과 인공미가 어우러져 조선시대 최고의 건축미학을 자랑하는 별서정원 담양 소쇄원(潭陽 瀟灑園). 낙향한 선비의 굴곡진 삶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은 소쇄원은 조선 중기 소쇄 양산보(1503~1557) 선생이 직접 건축했다.

소쇄원은 양산보 선생이 기묘사화에 연루돼 죽음을 달리한 스승 조광조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래고자 벼슬을 뒤로하고 낙향해 ‘기운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의 소쇄(瀟灑)라는 이름으로 정원을 지은 것이 지금까지 왔다.

전통건축양식이지만 매우 친환경적인 소쇄원은 타 원림과는 달리 독특한 담장건축을 자랑한다. 대문이 따로 없이 대나무 숲을 지나면 바로 소쇄원을 안내하는 양 서있는 담장.

주로 소쇄원의 외원과 내원의 경계를 구분 짓고 있는 담장은 북동쪽으로 향해 디귿(ㄷ) 모양으로 나 있다.

흙과 돌로 쌓인 담장은 높이 2m로 높지도 낮지도 않아 폐쇄적인 느낌보다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이 주가 된다. 황토빛 담장은 인공적으로 건축됐지만 마치 원래 있었던 것 처럼 자연스러워 우리 선조의 친환경적 건축미학을 잘 표현하고 있다.

▲ 소쇄원 여름 풍경 (사진제공: 담양군)

 

자연광을 받아 더욱 따뜻한 황토빛을 발하는 담장길을 따라 북쪽으로 오르면 오곡문 구역에 도달한다.

소쇄원 내에서도 매우 독특한 건축미학 중 하나로 꼽히는 오곡문은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라기보다 물과 공기, 달빛과 바람이 원림을 오가는 문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

오곡문은 담장 밑에 구멍을 뚫어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했다. 또 그 옆에는 사람이 오고 갈 수 있는 협문이 있어 담과 담 사이의 끼인 문과 같았지만 현재 그 문은 존재하지 않아 사람이든 바람이든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돼 있다.

오곡문은 주변 암반 위에 계류가 之자 모양으로 다섯 번을 돌아 흘러내려 간다는 뜻에서 ‘오곡’이라 지어졌다. 또 반반하고 넓은 암반들이 주변에 있어 사람들이 물가에 앉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곡문은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임에서도 그 몫을 톡톡히 해낸다. ‘소쇄원도’에는 선비들이 바둑을 두거나 가야금을 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또 하서 김인후는 ‘화순으로 공부하러 갈 때 소쇄원에서 꼭 쉬었다’라는 기록을 남겨 소쇄원과 오곡문은 선비들의 교류와 화합의 장을 제공했다.

이처럼 소쇄원의 담장은 경계와 폐쇄적인 의미가 아닌 도란도란 사람과 자연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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