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찬바람이 불어오면 귓가를 스치는 정겨운 소리 “찹쌀떡~ 메밀묵~.”

솔깃함에 고개를 창문으로 빼놓으면 어느새 소복이 쌓인 눈길에 발자국만 남기고 골목 어귀로 돌아서는 뒷모습에 쓸쓸함을 느끼게 했던 메밀묵 장수. 불과 30년 전만 해도 겨울이면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도붓장수가 어깨에 나무상자를 메고 골목 골목을 다니며 큰소리로 외치면 몇몇이 나와 물건을 사던 풍경들. 겨울 밤참으로는 으뜸이던 찹쌀떡과 메밀묵은 고달픈 서민들의 밤을 위로해주던 음식이었다.

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 식품으로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매끄럽고 입맛을 돋워준다. 이 중 메밀묵은 메밀 전분을 쒀 굳게 해 만드는데 별다른 맛이 없기에 진한 맛이 도는 양념장 등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또 메밀에는 단백질이 많고 비타민과 니코틴산이 들어 있어 영양가가 높으며 칼로리가 낮다.

찹쌀떡은 찹쌀을 반죽해서 만든 것으로 인절미처럼 겉에 쌀가루 등으로 만들어진 분을 묻혀 먹는다.

찹쌀떡과 메밀묵 모두 겨울철 밤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찹쌀떡과 메밀묵이 겨울철 밤참으로 짝꿍이 된 것은 각각이 갖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찹쌀떡은 소화가 잘되고 메밀묵은 열량이 낮은 음식이다. 또 쫀득한 찹쌀떡을 한입 베면 자연스럽게 생긴 텁텁함을 시원하고 말랑말랑한 메밀묵이 넘겨주니 이처럼 안성맞춤인 짝도 없을 것이다.

찬바람 불던 밤 따뜻한 아랫목에 온 가족 둘러앉아 찹쌀떡과 메밀묵을 먹던 우리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 발자국을 남기던 메밀묵 장수. 시대상이 변할수록 잊혀만 가는 추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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