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균생가 장독대(사진= 이현정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성희 수습기자] 한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여인들에게 식구들의 건강을 위해 밥상 차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한 ‘그 집안의 장독대를 보면 가격(家格)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은 모든 음식 맛의 중심에 있었다. 이처럼 장을 담는 일과 장독대를 관리하는 것은 예로부터 여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장독대는 하늘에서 하느님이 내려다본다 해서 늘 청결하게 해야 했고, 어머니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장독을 정성으로 닦으며 집안의 평안과 안녕을 빌었다.

또한 이곳은 무병장수를 관장하는 칠성신이 산다고 여겨 가족들을 위해 치성을 올릴 때면 반드시 장독대를 찾았다. 오랜 세월 동안 장독대는 우리 선조 여인들의 삶과 함께해 왔던 것이다.

장독대 위치는 볕이 잘 드는 양지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며 대개 부엌과 가까운 동편에 자리하고, 벌레가 나지 않도록 마당보다 높게 단을 쌓아 장독을 놓는다.

또 장독에 금줄과 한지로 버선본을 떠 거꾸로 붙여 놓기도 했다. 이는 버선본에 반사되어 되쏘는 빛을 싫어하는 지네와 같은 다족류 등의 벌레를 쫓기 위한 것으로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다.

장독대 곁에는 봉숭아나 옥잠화를 심어 꽃의 향기로 항균 작용을 하고 장의 부패를 막기도 했다. 장독 역시 크기별로 정갈하게 놓아 외형적으로도 깔끔해 앞마당이나 뒤란의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오늘날은 이러한 장독대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시골이나 종갓집 몇몇은 장독대를 갖추고 있지만 찾아보기가 어렵다. 일반 주택에 장독대를 놓는다 하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두는 것은 숨 쉬는 장독의 의미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배부른 독만큼이나 여인들의 삶과 애환을 담고 있는 장독대. 이곳에서 여인들은 살림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으며, 집안 살림을 잘 꾸려가는 것을 통해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한평생을 일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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