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제 언론인마구잡이 개발로 국토가 성치 않다. 영화 ‘파묘’에서 호랑이 척추에 해당하는 한반도 허리를 훼손한 자리에 매국노 영가가 묻혀 있어 후손들에게 우환이 끊이지 않는다. 무당과 풍수사의 도움으로 파묘하고, 상처받은 땅을 치유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당대 최고의 풍수사는 목숨을 걸고 최후 순간까지 파묘의 근간인 땅을 지켜낸다.그는 “금(金)과 상극인 것이 목(木)이고, 물을 머금은 목은 능히 불에 달궈진 금을 이긴다”고 음양오행의 원리를 되뇐다. 그리곤 물기 머금은 나무로 금기 강한 일본 귀신(정령)을 때려잡는 장면이 생생하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태녕사 주변에는 산이 큼직한 자락을 형성하고 있으며, 다섯 개의 봉우리가 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상황을 여기 모시면 웅장한 푸른 산이 날개처럼 자미궁(紫微宮)을 감싸고, 백록(白鹿)의 빼어남을 갖춘 산들이 잇닿아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리는 것처럼 높은 기상을 품을 수 있습니다. 선제를 위해 활과 화살을 감추어야 할 곳이니, 만세에 흥륭하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궁중에서 조칙을 내려 태녕사를 옮기고 송육릉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황토 언덕을 ‘조가오(趙家嶴)’로 개명하고, 궁을 옮겨왔다는 뜻으로 찬궁(欑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오컬트 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악령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 장르 영화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파묘’는 거액의 의뢰를 받아 부잣집 조상묘를 파냈다가 기이한 일을 겪게 된 사람들 이야기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독립과 항일의 상징을 찾는 것도 관람의 재미 중 하나다.영화 속에는 중심 이야기를 끌어내는 한 캐릭터에만 집중하지 않고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아 재미를 더했다. 파묘는 흙을 기초로 그 위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을 통해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이번에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영화 ‘파묘’를 공개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이 영화는 전작인 ‘검은 사제들’보다 파면 팔수록 뭔가가 더 나오는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지고, ‘사바하’보다 대중적인 색채로 무장돼 있다. ‘파묘’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다루고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된
북한이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대한 포격 도발을 감행하는 가운데 인천 옹진군의 백령·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NLL 인근 해상에서 해안포 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 사격 훈련이 벌어졌지만 인천시나 옹진군, 주민들은 ‘깜깜이’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지난 5일 첫 포격 도발 때 긴급 대피령까지 내려졌지만 연평도 주민 상당수가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방송을 제대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인천시와 옹진군은 포격 도발이 있은 지 3~4시간이 지나서야 이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영화 업계의 위기가 지속될지 아니면 다시 회복할지 결정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영화 ‘서울의 봄’이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기대작이었던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최근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며 손익분기점(720만)에 미칠지도 의문이다.‘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로 전작들보다 지루한 속도감, 예측된 뻔한 스토리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개봉 20일째 이러한 흥행 적신호로는 손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강수곤(姜秀崑)의 임진왜란 때의 행적을 전하는 행장(行狀)을 비롯해 묘갈명(墓碣銘), 묘지명(墓誌銘), 목민심서(牧民心書)의 공통점(共通點)이 있으니 고창 현감(高敞縣監)으로 재임하는 중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 파직됐다는 것이다.그런데 그 사건을 구체적으로 밝힌 자료는 권상하(權尙夏)가 전한 행장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만약에 그가 이러한 기록을 후세에 남기지 않았다면 현재까지도 강수곤이 무슨 이유로 현감에서 파직된 것인지 모를수도 있는 것이었으니 권상하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권
전경우 칼럼니스트대한민국이 마약으로 병들고 있다.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유명 연예인과 재벌가 자식 등 알 만한 사람이 줄줄이 마약사범으로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가로 인정받은 우리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마약 소굴로 돌변하고 있다. 마약 관련 뉴스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신기하지도 않다. 일상처럼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지난달에는 배우 유아인이 마약상습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워낙 지명도가 높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라 팬들의 실망도 컸다. 믿고 본다는 배우가 하루아침에 ‘약쟁이’로 전락해 버렸다. 당당하고 멋진
대통령실이 26일 도로 점거, 소음, 새벽·심야 집회·시위의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회 시위에 관한 법령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퇴근 시간대인 오후 5~8시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대규모 집회·시위를 제한하고, 주거지 인근 등의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토론에 부쳤는데, 총투표수 18만 2704표 중 71%(12만 9416표)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고 한다. 대
박희제 언론인공주와 광주 사이엔 분명 문화가 흐르고 있었다. 백제 숨결을 간직한 충남 공주는 문화를 통해 인구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고 있었고, 20년간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향해 질주해온 광주광역시는 ‘빛고을’스런 매력과 활력으로 넘쳐났다.다음달 9일까지 장장 94일간 이어지고 있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KTX 고속열차를 타고 주말에 광주에 갔다. 광주송정역에서 내리니 광주공항~김대중컨벤션센터~상무지구~유스퀘어터미널~광주시립미술관~비엔날레전시관~은암미술관~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문화전당~양림마을이야기관~비엔날레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진혼곡(鎭魂曲), 진혼미사곡 등으로 번역된다. 1563년의 트렌트 공의회는 레퀴엠에 입당송(Introitus), 진노의 날(Dies Irae)을 쓸 수 있게 했고 그 뒤에 많은 레퀴엠 곡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1620년대까지 70여곡이 작곡됐다. 1600년 이후는 독창·합창·관현악의 규모가 큰 레퀴엠도 등장했다. 특히, 비록 미완성이기는 하지만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대규모 관현악과 독창, 합창이 융합된 걸작으로 평가됐다. 다행히 나중에 쥐스마이어
송병승 충효예문화운동본부 공동총재 효창공원의 본래 명칭은 효창원(孝昌園)이다. 조선왕조 제22대 정조(正祖)의 맏아들 문효세자(文孝世子)와 어머니 의빈성씨(宜嬪成氏)의 무덤이 있는 효창묘(孝昌墓)에서 유래 했으며 1870년(고종 7) 12월에 효창원으로 승격됐다. 일제 강점기인 1944년 왕가의 무덤을 경기도 서삼능으로 강제로 이장해 조선의 법통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악랄한 만행을 저질렀다. 살아생전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이 본래 명칭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안두희의 흉탄에 서거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효창원은 1921년 6월 숲
최병용 칼럼니스트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아파트 공용공간에 대형 에어바운스 수영장을 설치해 논란이 크다. 공동주택에서 공용공간은 입주민 전체를 위한 행사를 할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사용할 수 있다. 개인은 꼭 필요한 경우 관리사무소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입주민은 관리사무소의 허락 없이 물놀이장을 대여해 설치하고, 주민들의 항의나 관리사무소의 철거요청을 무시한 채 저녁까지 시간을 채워서 놀은 후 철거했다. 수영장에 채웠던 물을 그대로 화단에 버려 배수구가 일시적으로 막히고 잔디가 훼손되기까지 해 역대급 공동주택 민폐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1910(융희 4)년 8월 29일 치욕의 한일합병 조약으로 국권을 잃게 된 이후 같은 해 12월 30일 이회영(李會榮)의 일가족(一家族)은 만주로 집단망명을 감행하는 결단을 내렸으니 과연 이항복(李恒福)의 후손들다운 결연한 행동이었다.압록강을 건너 1911년 정월에 임시 거처로 정하였던 횡도촌에서 며칠을 묵은 이후 최종 목적지인 서간도 유하현 삼원보 추가가에 2월 초 도착하였다. 이와 관련해 추가가의 유래를 소개하면 본래 이곳은 추씨 성을 사용하는 중국인들이 여러 대에 걸쳐 살았기 때문에 그런 지명이 생겼던
상생(相生)이란 한자어 그대로 ‘서로 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서로가 이익을 취하고 서로가 발전됨을 뜻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희생(犧牲)을 강요하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만약 광주 군사공항이 전남의 한 지자체로 이전해 광주시도 발전하고 이전 지자체도 더 나은 환경이 조성된다면 말 그대로 상생일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면 그 누가 군 공항 이전을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과연 광주 군사공항을 받는 지자체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군 공항 인근 지역이 전투기 훈련에 따른 소음피해가
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중국은 외쳤다. “민주는 서방의 전유물이 아니다.” 각 나라는 자국의 특성에 맞는 그들만의 민주주의 체계가 있다. 서방이 민주라는 이름으로 중국을 독재국가라고 칭할 때 항변의 주요 워딩이다. 공산당이 창당과 더불어 100여년을 지배하니 서방적 시각에서만 보면 당연히 민주국가가 아닐 수 있다.중국은 민주라는 개념을 다의적으로 해석한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중국이 해석하고 이해하는 민주 개념에 부합하고 있기에 중국 자체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한다. 밀실 몇 명에 의해 권력자가 정해지니 어디 감히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정조(正祖)의 50년에 걸친 생애에 있어서 부친 시도세자(思悼世子)와 관련된 문제는 정조가 왕위를 계승한 이후 심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사도세자의 묘소(墓所)가 화성(華城)으로 이장(移葬)된 경위를 소개한다.거슬러 올라가서 임오화변(壬午禍變)으로 목숨을 잃은 사도세쟈의 묘소는 본래 양주 배봉산 묘역에 안장되어 영우원(永祐園)이라 하고 묘호(廟號)를 수은묘(垂恩墓)라 했다. 이와 관련해 1764(영조 40)년 봄에 북부 순화방에 건축했다가 여름에 동부 숭교방으로 옮기고 수은묘라 하던 것을 정조 즉위년 4월에 개
최병용 칼럼니스트젊은 시절 60세 어른을 보면 인생을 마무리할 나이로 알았다. 막상 필자가 60세가 되니 어른이란 말을 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신이 40대쯤에 머물러 있다.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며 장수를 축하하던 풍습도 사라졌다. 올해 모친 연세가 92세인데 1년 병원비를 30만 원 정도밖에 안 쓴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실감한다. 준비를 잘한 사람에게는 100세가 축복이지만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100세 시대는 또 다른 고통이다.우린 100세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100세 시대에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조선왕조(朝鮮王朝) 후기에 출생하여 대한제국(大韓帝國)을 거치고 광복 이후 6.25전쟁까지 이르는 80년의 삶을 살아야 했던 시대(時代)의 풍운아(風雲兒) 의친왕(義親王)은 1877(고종 14)년 3월 30일 고종황제(高宗皇帝)의 5남으로서 한성부 북부 순화방 사재감 상패게 자하동에 있는 철종(哲宗)의 후궁(後宮) 처소(處所)인 범숙의궁(范淑儀宮)에서 출생하면서 파란만장한 생애가 시작되었다.의친왕의 생모(生母)가 되는 장귀인(張貴人)은 효종(孝宗)의 장인(丈人)으로서 조선왕조 4대 문장가의 일원(一員)으로
밤바다이장희(1900~1929)저물녘 검푸른 바다동해 민박집누이의 흰 이마허공 한 복판에 띄어 놓고닫힌 침묵으로 훔쳐보는밤바다바다 끝 마른 귓속에흐느끼는파도소리 [시평]이장희 시인은 짧은 생애를 살았다. 이 짧은 생애를 자살로 마감했다. 일제에게 강제 병합되기 10년 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는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일제에 적극 협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다. 이장희는 이런 아버지가 부끄럽고 싫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불화했다. 이장희의 음독자살도 이와 같은 배경을 지닌다.아버지는 이장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