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이 마약으로 병들고 있다.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유명 연예인과 재벌가 자식 등 알 만한 사람이 줄줄이 마약사범으로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가로 인정받은 우리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마약 소굴로 돌변하고 있다. 마약 관련 뉴스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신기하지도 않다. 일상처럼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배우 유아인이 마약상습 투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워낙 지명도가 높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라 팬들의 실망도 컸다. 믿고 본다는 배우가 하루아침에 ‘약쟁이’로 전락해 버렸다. 당당하고 멋진 배우의 모습 대신 초라한 죄인의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를 보는 팬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촉망 받는 미래의 스타 배우가 스러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 이선균도 마약을 하다 걸렸다. 뉴스에서 실명을 공개하기 전, 특유의 저음으로 사랑받아온 배우라고 소개됐다. 사람들은 금방 눈치를 챘다. 역시 이선균, 그였다. 세상 선하고 착하게만 보이던 그가, 그것도 가정을 이루고 알콩달콩 예쁘게 잘 살아가는 모범적인 배우로 알려져 있어 팬들의 실망감이 더욱 컸다.

지드래곤도 본인은 부인했지만 마약 사건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몇 해 전 버닝썬 사건 등을 통해 가수 등 연예인들이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즐긴 사실이 발각돼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지드래곤 역시 “너마저…”라는 실망감과 함께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국내 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의 수많은 K-팝 팬들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경제개발과 함께 대중문화도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이때 연예인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사회적 영향력도 커진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인식과 대접은 그리 훌륭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딴따라’ 취급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게 연예인 대마초, 히로뽕 사건이었다.

길거리의 가판대에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연예인이 포즈를 취하고 있고 톱스타 아무개 대마초라는 기사가 실리곤 했다. 1975년 ‘락의 대부’ 신중현, 이장희, 윤형주, ‘가왕’ 조용필이 대마초로 잡혀 들어갔다. 조용필은 1979년까지 활동을 중단했다. 1987년 10월에는 전인권이 대마초로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렸고, 1987년과 1999년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도 대마로 덜미가 잡혔다. 김태원은 이후 어느 방송에서 “대마초는 자신만 쾌락을 즐기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망가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1990년대에는 가수 이승철, 현진영, 배우 박중훈, 개그맨 신동엽 등이 대마초를 입에 댄 사실이 확인됐다. 박중훈은 1994년 영화 ‘투캅스’로 절정의 인기를 누릴 때였다. 박중훈은 후에 “내 인생에서 루저라고 느낄 때가 법령 위반으로 큰집(교도소)을 다녀올 때였다”고 속 쓰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2000년대에는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를 들썩인 가수 싸이가 대마로 체면을 구겼고 ‘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의 가수 강산에, 정치인 이재명과 사랑의 진실공방을 벌인 배우 김부선, 배우 오광록 등이 마약 연예인으로 리스트에 올랐다.

연예인들은 작품이 끝났을 때의 공허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유흥업소 같은 은폐된 곳에서 마약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몇 푼 되지 않는 출연료로 끼니 걱정을 하는 예술인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마약 같은 것을 잘 하지 않는다. ‘VIP’ 대접받으며 폼 잡고 마약 ‘소굴’을 드나드는 그들은, 자신들이 성공한 인간이라는 우월감, 남과 다르다는 차별의식, 쾌락에 대한 욕망, 사회적 책무에 대한 망각 때문에 마약을 한다. 마약 같은 것 하지 말고, 착하게 살자. 마약, 그거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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