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밤바다 - 이장희
[마음이 머무는 詩] 밤바다 -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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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이장희(1900~1929)

저물녘 검푸른 바다
동해 민박집

누이의 흰 이마
허공 한 복판에 띄어 놓고
닫힌 침묵으로 훔쳐보는
밤바다

바다 끝 마른 귓속에
흐느끼는
파도소리

 

[시평]

이장희 시인은 짧은 생애를 살았다. 이 짧은 생애를 자살로 마감했다. 일제에게 강제 병합되기 10년 전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는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일제에 적극 협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다. 이장희는 이런 아버지가 부끄럽고 싫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불화했다. 이장희의 음독자살도 이와 같은 배경을 지닌다.

아버지는 이장희가 자신의 뜻에 따라 일제에 협력하며 총독부에서 일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장희는 이런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집을 나가곤 했다. 대구가 고향인 이장희는 어느 해인가 동해바닷가로 갔다. 동해바닷가 민박집에 들어 저물녘 검푸른 바다를 바라다본다. 부조화의 현실 마냥 검푸른 바다는 거친 파도를 일으킨다.

어쩔 수 없이, 바다 끝 마른 귓속에서 흐느끼는 듯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한다. 나라를 잃은 어두운 시대. 가정에서 아버지와도 갈등을 일으켜야 하는 아픔의 시대. 그래서 검푸른 파도소리만 들어야 하는 현실. 이 시대의 지식인, 이 시대의 시인, 어쩌지 못하고 음독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다. 가슴 깊이 지닌 가장 순수한 누이의 흰 이마, 허공 한 복판에 띄어 놓고, 닫힌 시대의 침묵으로 훔쳐보면서.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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