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한반도에 진도 5.8이란 강진이 일어난 것도 식겁할 일인데 이후로도 350여 차례의 여진이 일어나고 있다. 비록 강진은 짧은 시간 일어난 흔들림이라 피해가 적었지만 세기로는 꽤 높은 수준의 지진이라 조금만 지속시간이 길었어도 인명과 물질적 피해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강력한 사고가 발생해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국회의원도 그렇고 언론마저 경주의 지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반만년이 넘어서는 찬란한 역사유물이 있는 곳이고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이 있는 곳이라 매우 민감한 지역이며 위험도가 높은 사고임에도 마치 우리나라가 아닌 모양으로 짧은 언급 외엔 관심도 특별 구조책도 없다. 특히나 많은 국민들의 대이동이 있는 추석을 앞두고 일어난 사고임에도 누구도 안전에 대한 가이드나 컨트롤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어 지진에 대한 정보 및 대비가 없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수시로 일어나는 지진에 대비해 유치원 아이부터 노인까지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훈련도 되어 있고 지진 예보도 일사분란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없었기에 진도 5.8의 강진이 강타해도 재해대책본부의 재난 문자는 지진의 예보는커녕 지진이 일어나고도 9분이나 지난 후에 전달됐다. 그것도 어떻게 대처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후정보의 무용한 문자로 도착했으니 현지의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 앞에서 어떠한 가이드도 없고 자신의 지식으로 자신은 물론 일가족의 안전을 책임지며 시간마다 흔들리는 땅 위에서 무력하게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은 누구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강진은 지나갔다지만 이후로 일어난 여진이 350여 차례에 이르고 있다. 시간 시간 흔들어 대는 여진의 강도 역시 1도에서 3도까지 그리 만만치 않은데 이렇게 많은 흔들림이 일어나는 이유도 모르고 언제 그칠지도 모른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 보기도 힘들고 정부의 지도나 지원도 없고 무엇보다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안식처인 집의 안전을 누구도 보장할 수 없음이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의 재난을 책임지고 막아내고 극복해야 하는 국민안전처는 작금의 시스템이라면 별도의 부처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경주 인근은 물론 수도권 지역까지 지진의 흔들림을 느꼈고 예상외로 지속되는 여진에 많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작금의 그들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사고가 터지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전문가를 탐문하고 사방에서 구호품을 조달하며 근근히 사고를 땜빵해 왔다. 지진 발생 후 보고 체계는 물론 체계적인 지휘단계 그리고 각각 체계에 유기적인 연동시스템 부재이다. 부서만 만들어 놓고 이들이 각각의 시스템 속에 작동하니 이들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게 하여 초동 대처가 늦어진다. 다른 무엇보다 지진에 대한 준비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나라가 완전히 지진을 피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안정적인 휴지기도 아니라면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및 방사성폐기물의 관리가 엄격해져야 한다. 지진이 천재라면 원전이나 방폐장이 이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되면 엄청난 인재로 나라 전체가 폐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진설계로는 앞으로 일어날 지진에 안전을 장담하기엔 리스크가 매우 크다. 이를 극복해내며 진정 재난의 진두지휘를 하려면 작금의 시스템은 바뀌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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