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번듯하게 경제발전을 이루어내어 개발도상국의 귀감이 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국가와 국민이 일심동체가 되어 원조대상 국가에서 벗어난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살기 위해 바짝 조인 허리띠와 정신력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지만 그 이면에는 발전을 위해 제쳐둔 일들이 있었다. 살 만하게 되면 이를 살펴 이들의 모습도 온전한 성장을 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부각되는 문제들이 하나 둘씩 경고음을 내면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사인을 주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내 책임은 아니다, 이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랬으니 참작해 달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 전력질주를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변명 아닌 변명이다.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는 과정이나 절차는 어쨌건 성공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다 보니 도덕과 책임의 가치는 점점 힘을 잃어버리고 물질과 돈의 힘이 최고가 돼 버렸다. 관련자들이 많을수록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 경우는 더 많아진다. 프로젝트는 망해도 당사자들은 아무런 가책도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기업이나 정부나 비슷하다.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 건으로 설왕설래하면서 열렸던 청문회를 보자. 거제도 경제가 휘청이고 해당 기업의 존폐가 달린 일이라 그만큼 귀추를 주목시켰지만 청문회에서는 아무것도 얻지를 못했다. 부실의 원인을 밝혀보고자 관련 당사자들을 불렀지만 참석한 이는 나는 몰랐고 내 책임이 아니란 말뿐이었고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으니 무엇을 위한 청문회인지 시간만 버린 꼴이다. 약 1년 전 조선해운산업을 활성하고자 조 단위의 지원을 했음에도 또 다시 부실로 휘청이는 기업에게 더 이상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가?

기업 자체도 회계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정부의 지원결정과정도 알 수 없으니 그야말로 절차를 위한 쇼였다.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모인 청문회에 증인도 빠지고 자료도 확보하질 못하였으니 처음부터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었다. 당당히 내 책임을 모면하려는 쇼, 쇼맨십이다. 게다가 쉽지 않은 문제임을 알고 있는 그들은 나 몰라라 하며 정부만 멀뚱멀뚱 쳐다본다. 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지원해 주겠지 하는 속셈을 감추면서 말이다. 그러나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끝나는 일은 없다. 엄청난 사태의 뒷감당은 모두 국민의 몫이다. 때문에 이렇게 벌이는 쇼가 참으로 탐탁지 못하다.

기업을 키워 몰아주기로 경제발전정책을 구사했던 과거가 아니다. 변함없이 추진했던 경제개발정책은 제자리를 걷다 못해 곤두박질치고 정부가 꿈꾸는 청사진은 더 이상 실현 불가의 모습이다. 현실을 보지 않고 탁상공론에 습관처럼 쳇바퀴를 도는 행태를 지속하니 결국 오늘의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변했다. 우리가 변한 것 이상으로 세상은 변했고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결같은 작전을 사용한다면 이미 발전의 의지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책임의식도 실종된 것이다. 냄비처럼 부르르 끓고 차갑게 식어버리는 국민성을 이용하여 목소리만 큰 드라이브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산업구조조정의 본질은 쏙 빠지고 온전한 증인 및 증거조차 확보할 수 없는 가십거리만 만드는 쇼맨십의 청문회는 필요 없다. 쇼를 시청한 국민들은 화병만 도질 뿐이다. 대충대충 슬쩍 넘기려는 참여자 모두에게 책임의식을 곧추세우고 제대로 된 피드백으로 투명한 절차와 정책으로, 떠넘기는 정책은 근절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시작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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