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심술 맞은 계모가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우란 말을 했을 때 콩쥐는 물을 길어 채우고 채우다 주저앉았다. 아무리 채워도 물은 채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흘러나갔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엉엉 울어버릴 때 어디선가 두꺼비가 나타나 독 밑에 뚫린 구멍을 막아주어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일이 가능하게 했다. 동화 속 이야기로 듣고 흘릴 수 있겠지만 작금의 현실에도 밑 빠진 독을 채우려는 것인지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 돈은 빌려온 돈이라 나중엔 더 많은 돈을 채워 넣어야 하는 돈이다. 그것도 본인이 갚을 돈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떠넘길 돈이라 더 문제가 크다.

이번이 처음이라면 말도 않는다. 벌써 수년째 의미 없는 반복을 거듭하면서 매번 똑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동화 속에서처럼 어디선가 두꺼비같은 존재가 떡하고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것은 기대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대로 반복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누구도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은 추경(추가경정예산)은 국회를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안 되는 것이 빤히 보이는 예산임에도 거부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돈을 풀어낸들 딱히 효용이 기대되는 것도 아니고 밑 빠진 독에서 새어나가는 물처럼 금세 사라질 것이기에 더 그렇다. 공공연한 생색내기는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활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데 실질적으로 이에 투입되는 돈은 매우 미미하고 구조조정, 지역경제, 지방재정보강 등은 규모가 큰 구조라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투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으로 시스템을 굴리려니 어쩔 수는 없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규모는 커지고 있는데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재정은 매번 적자이니 이처럼 물붓기의 추경을 지속하다가는 나라장부도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구조의 조정을 미루면서 표면적인 조정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는 이미 해볼 만큼 다 해봤다.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이미 동력을 잃었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인지 감히 바꿀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인지 누구도 근본을 바꿀 시도를 하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을 운운하는 것은 과거지사이다. 이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고 있고 타성에 젖어 있다.

구멍 뚫린 독을 생각해 보자. 독에 구멍이 뚫어져 있음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를 채워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면 누구나 저 구멍을 막을 생각부터 할 것이다. 구멍을 막거나 새로운 독을 장만하거나 구조조정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임무수행의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수순이다. 우리나라만 힘든 것이 아니라 세계의 각 나라가 장기적 경제침체에 의도적인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성장률 2%니 3%니 하는 수치의 실적에 혈안이 되다 보니 기본적 체질에 대한 생각을 잊었다. 빨리빨리의 빨간 그래프보다는 저성장시기를 버텨낼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 급하게 됐다. 병도 체력이 있어야 치료를 시도할 수 있듯 경제도 체력이 근간이 된다. 날로 약화되는 체질을 이대로 잠깐 잠깐의 퍼붓기로 유지하다가는 언젠간 길거리에 쓰러지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진정 나라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임기 내 면피용의 단기적인 성장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의 대응과 처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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