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영리에 따라 살고 죽는 기업들의 세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전시상황이다. 그들은 이미 비상경영체제로 돌려 만일에 있을 리스크에 대비하는 전쟁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안 좋다고 말하는 작금의 상황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는 내년을 대비하여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정계에서는 이러한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산재한 문제들은 점점 쌓여만 가고 풀어낼 생각은 없는 듯 끄나풀들에 집착하고 있다. 주변정리에 후달리니 문제의 본질은 논의도 되지 못하고 애꿎은 시간만 간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며 전시상황에 돌입한 기업들은 시야 제로 전경에 사색이 되어 탈출구를 찾고 있음에도 정부는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라는 휘장아래 안일함이 팽배하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다. 전체 규모가 가진 영향력으로 하루아침에 모두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는 부자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이미 두 번의 금융위기를 겪어 냈다. 1997년도의 외환위기는 아무런 대비도 없이 갑작스레 다가와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며 기업과 땅을 팔아대며 막아냈고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아직까지 그 여파를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면 무엇으로 견딜 수 있을까.

여소야대의 20대 첫 번째 국회는 여야 힘겨루기가 된 국정감사로 설왕설래 하다가 제대로 된 감사도 못해보고 이슈가 된 비리로 정쟁만 나누다 마무리 해버렸으니 민생현안은 여전히 먼지만 쌓인다.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국민들은 이제 먹을 것이 없다. 저축은 모두 소진하고 대출로 이어가는 생계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경제동력에 치인 지 오래 되었다. 정치는 경제가 바탕이 돼야 한다. 복지예산이나 건설, 국가안보 역시 경제가 선순환 돼야 이를 진행할 수 있는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계획이 세워져도 이를 진행할 힘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보약도 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약발을 기대할 수 있듯이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는 이미 시름시름 앓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를 회복하고자 극단의 정책으로 돈을 풀어도 보고 규제도 풀어 보았지만 온전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때문에 지금부터의 결정과 실천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토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점점 우울해지는 현실은 어쩔 수가 없다. 정부는 무력하게 눈만 껌뻑이고 있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권만 바라보고 일희일비하니 누구를 신뢰하고 누구를 따라야할지 답답할 노릇이다. 경제성장률 2%도 간당거리는 마당에 그들은 내가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는 신드롬만 펼쳐대고 있다.

분명 우리는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 현실의 경제는 오늘 바로 지금 끼니를 해결해야 움직일 수 있다. 대선을 꿈꾸며 현실을 외면하고 정쟁에 시기를 놓쳐버린 결정들이 우리의 다리를 묶어 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직위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먼저가 아니라 국민이 우선되며 주관이 아닌 객관성으로 모든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 주변 상황에 귀를 열고 전문성이 안 되면 전문가를 기용해서라도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여 전체의 흐름을 막아서는 안 된다. 권력이 전부인 양 모두를 우선하여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정치가 아닌 욕심이 되어 본래의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더 이상의 지체는 그들은 물론 모두를 수렁에 몰아넣는 것이다. 지금이 최악이 아니라 더 나빠질 수 있음을 기억하고 수습 가능할 때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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