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국제결제은행(BIS)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지수가 2.64% 상승하여 27개국 중 1등을 차지했다. 이는 상대국화폐에 대한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타의 나라보다 돈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원화의 강세는 여러 가지 문제로 다가온다. 수출에 의존하여 먹고 사는 나라가 자국의 돈 가치가 날로 상승하고 있고 수출량은 점점 줄어들고 게다가 대외 환경은 나아지질 않고 있으니 걱정이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위해 나라의 모든 에너지를 수출에 주력하다 보니 다른 문제들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움츠러든 세계 경제 앞에서 점점 줄어드는 수출량을 보니 이제 내부의 시장을 되돌아본다. 내수경제, 그동안은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의 부수적인 역할로 주목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각국이 어려워지는 경제에 문을 닫아버리자 기초체력인 내수경제의 건강성이 도마에 오른다. 우리는 얼마나 건강한 체질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 많지 않은 인구에 중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내수 체력은 비리비리하다. 알다시피 체질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충분한 인구를 가졌다고 해도 소비능력이 없다면 내수경제를 지지할 수가 없다. 물론 과거보다 경제적 지표는 월등히 나아졌다. 그러나 기업들은 선뜻 내수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독과점이 매우 심한 형편이고 소비자들의 소비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서 도전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형편이고 용감히 장벽을 뚫어내는 기업들은 대기업들의 횡포에 살아남지를 못하니 지지부진한 성적이다.

간단한 논리로 복잡한 경제를 풀어나갈 수는 없지만 예전과 달라진 대세를 읽어내야 한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오늘내일 하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시한폭탄이 따로 없다. 작년에 과감히 내쳤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체면불구하고 다시하자고 매달리는 우리 형국을 보면 다급해지긴 한 모양이다. 그것도 감추려고 하다가 이틀 만에 우리가 제안했다고 번복하는 것을 보면 뭔가 구린 구석이 보인다.

쉽게 바꿀 수 없는 구조이겠지만 모든 일은 안정적인 베이스가 근간이 된다. 베이스가 부실하면 잠깐이야 통하겠지만 지속성은 장담할 수가 없다. 때문에 요행에 올인하지 말고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사상 최저금리 하에서 까치발 들고 버티는 경제에 어쩔 수 없는 금리인상을 할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국민들은 너도나도 낮아진 금리에 일확천금을 꿈꾸며 부채까지 동원해서 부동산 복권을 가지고 있다. 여차하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노리려는 꼼수로 그날만을 기다리며 허리띠를 조이고 있는 셈이다. 나라 살림역시 빚을 내서 돌리고 있으니 금리가 오르면 국민들은 물론 정부도 불어난 빚더미에 깔릴 것이다.

올 여름 그렇게 지독한 더위가 하루아침에 선선한 바람으로 오싹함을 만나게 한 것처럼 오늘 내일 가능성만 타진하며 미루던 어느 날 갑자기 금리폭탄을 만나게 할 것이다. 안일하게 가능성만 점치며 방관하지 말고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번지르르한 외모지향주의는 이제 버릴 때이다. 우리 경제 문제없다고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인정하고 협조를 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머리만 감추고 아니라고 부인해도 우리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과 현실의 상황은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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