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35도, 36도… 체온에 육박하는 기온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염천에 에어컨을 가지고 있어도 틀지를 못하고 있다. 한반도 역사 이래 기록적인 폭염을 보이고 있지만 마음 편하게 에어컨을 펑펑 틀고 있는 집은 몇 안 된다. 1970년대에 전력 낭비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체계를 적용했고 당시에는 전기에너지 절약에 공감대도 컸다. 그러나 당시의 여름온도는 요즘만큼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즘만큼 사방이 높은 빌딩으로 막혀 자연 바람을 접하는 것이 어려운 지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2016년 우리나라의 기후대는 아열대를 향해 가고 있다. 해마다 기록적인 기온을 선보이고 있고 봄가을의 계절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여름 장마 역시 마른장마니 무늬만 장마니 하면서 겉치레만 이어지고 있다. 높은 기온에 햇살이 쨍쨍한 날에도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열대 지방의 스콜을 연상케 한다. 기상학적으로는 해석이 다르겠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기온은 버티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당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편의를 뒤로하고 간헐적으로 에어컨을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적용되지 못하는 정치는 국민이 괴롭다. 시설이 갖춰진 공기관에서는 쾌적한 기온을 유지하고 이동시에도 차량으로 시원하게 이동하니 국민들의 체감기온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을 모르고 정책과 당략에 갇혀 있으니 볼 수 있는 눈과 생각이 한결 같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기온뿐만이 아니다. 세계 경제도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7년이 넘도록 한결같은 금리를 가지고 있던 영국도 기준금리를 절반으로 내렸다. 브렉시트의 충격을 완화해 보려는 것으로 이들 역시 영국 역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갖게 됐다. 오랜 세계 경기 침체의 기조 위에 각국에 헤쳐가야 할 상황이 예사롭지 못하니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시절을 모르는 우리 정가는 이러한 열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경제성장률 올리기란 모호한 주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우리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등의 진단으로 현실과는 너무 다른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1%, 2%의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시적인 결과일 뿐 글로벌 경기를 읽는다면 보다 심각한 대비책이 준비돼야 한다. 해외 환경에 민감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외의 상황은 알지 못하고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세계의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에너지를 가지고 밀어 닥치는 쓰나미를 이겨낼 방법이 있을까?

쉽게 말하면 남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빌려간 돈 다 갚으라고 하면, 달달이 내는 이자가 두 배 세 배 오르면 살아가기 어떨까? 빚보다 수입이 많아야 그래도 조금씩 감당하며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수입마저도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저기서 보내는 사인들은 그냥 지나가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은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실감하지 못했으니 괜찮다는 말로 넘어서기엔 그 아슬아슬함이 끝이 없다. 무엇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15%의 비중을 가진 가정용 소비자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누진체계를 적용하기보단 남은 85%에게 적절한 체계를 적용시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외형적인 모습보단 실리를 먼저 챙겨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단기에 경기가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경제도 정치도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다. 여기에 외교문제까지 보글거리니 더 이상의 여유는 없는 셈이다. 눈치 보기도 자신이 온전히 서 있어야 통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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